지난 전시

한국미술의 새로운 흐름

전시명: 한국미술의 새로운 흐름

전시기간: 2005.03.11 - 2005.03.20

전시장소: 모란갤러리

참여작가: 김황록, 강상중, 구본주, 고명근, 김찬일, 이기칠, 한상업, 이동용, 최옥영, 김태곤, 안수진, 백미현, 서정자, 박용국, 유현미, 권종환, 김익성, 김상균, 이용덕, 정국택

전시내용:


<한국미술의 새로운 흐름>전을 개최하며


  겨울이 지나고 새 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저희 모란미술관은 1990년 봄에 개관하여 올해로 15주년이 됩니다. 돌아보면 미술관의 수목들이 자라고 풍경들이 변한 만큼이나 미술을 포함한 사회전반이 크게 변모한 모습을 느낍니다.

  그 동안 미술관은 조각전문미술관으로서의 위상을 확립하고 전시, 교육, 출판, 작가지원 등의 사업을 중심으로 지속적인 활동을 하였습니다. 15년간 매년 기획된 다양한 전시들, 여름마다 열린 미술관학교, 미술관총서와 작품집들, 그리고 '모란조각대상'등은 저희의 자랑스러움입니다. 모란미술관의 이러한 성과와 발전은 어려움이 있을 때마다 관심과 격려를 보내주신 여러분들의 도움이라 생각됩니다.

  이번 전시는 유망한 젊은 작가들을 발굴 지원하기 위해 1995년부터 시행해온 '모란조각대상'의 수상자들을 초대한 전시로 그들의 발전한 작품세계를 소개하고 점검하는 자리입니다. 또한 우리 미술의 창조적 가능성을 모색하고 출품작가 모두에게 새로운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하는 특별한 의미가 담긴 전시이기도 합니다.

  이번 전시에 도움주신 관계기관과 이경성선생님 그리고 자문위원들과 출품작가 모두에게 깊이 감사드립니다.


2005년 3월

모란미술관 관장 이연수




공모제도의 난맥 속에서 모란조각대상이 가지는 의미


최태만|미술평론가. 국민대학교 교수


  젊은 작가의 발굴, 지원을 통해 한국미술의 발전에 기여하려는 목적으로 1995년에 모란미술관이 제정한 모란미술대상을 모란조각대상으로 그 명칭을 바꿔 시행한지 벌써 10년을 맞이한다. 이 조각공모전은 지난 십년동안 역량 있는 작가를 발굴함으로써 사립미술관이 독자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공모전으로서는 나름대로의 정체성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공모란 제도는 작품발표 기회를 가지기 힘든 신예작가들이 서로 기량을 겨뤄 능력을 평가받을 수 있는 장치일 뿐만 아니라 작업의 피드백을 위한 보상까지 따르기 때문에 많은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젊은 작가들에게는 여전히 거부할 수 없는 매력을 지닌 것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현대미술에서 작가의 개성과 창의성이 중요시되는 만큼 어떤 규범이나 형식적 완결성에 의해 작품의 질을 결정하는 공모보다 그 어떤 것으로부터도 간섭을 받지 않는 자유로운 발표방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두드러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래서 작품에 점수를 매겨 우열을 가리는 공모제도는 그만큼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비쳐질 수도 있을 것이다. 더욱이 제도가 아무리 좋아도 그것을 운영하는 사람들이 올바르지 않을 때 공모제도에 대한 존폐의 논란까지 제기되기도 한다. 특히 영향력이 큰 공모전의 경우 이러한 유혹과 시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데 인맥, 학맥, 지연 등을 내세워 자기사람 상주기는 순진한 수법으로 비쳐질 정도로 수상자를 바꿔치는가 하면 심지어 상을 돈으로 사고파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종종 벌어지곤 하는 것이다. 이쯤 되면 공모전은 없느니보다 못한 비리의 온상으로 비쳐지고 의식 있는 작가로부터 외면당하기도 한다. 그러나 공모제도의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부각되고 마침내 공모제도 무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제도 자체가 사라질 확률은 높지 않다.

  사실 공모의 역사는 오래된다. 우리에게 잘 알려진 사례 중에서 가장 오래된 것의 하나로 플라톤의 『향연 Symposium』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철학적 대화를 통해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이 고전은 비극시인인 아가톤(Agathon)의 작품이 공개경쟁에서 우수작으로 선정된 것을 기념하여 마련한 연회에 참여한 사람들이 차례로 사랑의 신인 에로스를 찬미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바 여기서 우리는 고대 그리스 시대에 이미 공모란 제도가 성행했음을 파악할 수 있다. 물론 그 제도와 방식은 현재 우리가 목격하고 있는 것과는 사뭇 다를지라도 여러 작품 중에서 우열을 가려 시상하는 제도는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또 다른 예로 미켈란젤로(Michelangelo Buonarroti)가 1501년에 제작하여 1504년에 완성한 <다비드> 역시 피렌체시가 시민들의 애국심을 고취시키고 이 도시의 자긍심을 고양시키려는 목적으로 실시한 공모에서 당선된 작품이었다고 한다. 이러한 공모제도가 예술가들에게 입신의 명예와 부를 부여함으로써 공모전은 하나의 권력으로 고착되기도 한다. 그러한 대표적인 경우를 근대에 나타난 살롱제도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데 아카데미즘의 온상이었던 살롱은 당대 예술가들이 자신의 이름을 드높일 수 없는 거부할 수 없는 창구였던 것이다. 그러나 살롱에서 수상한 작가들이 반드시 훌륭한 작가라고 단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심지어 당대에 최고의 영예를 누렸다고 하더라도 미술사에 살아남은 사례가 그렇지 않은 경우보다 결코 많다고 할 수는 없다. 신고전주의 화가인 다비드(Jacques Louis David)나 앵그르(Dominique Ingres)는 살롱에서 대상격인 '로마상' 을 받아 로마유학의 특전까지 누렸지만 당시로서는 전위적이던 리얼리즘의 쿠르베(Gustave Courbet)는 <오르낭의 매장>, <아틀리에> 등의 그의 대표적인 작품을 포함하여 모두 12점의 작품을 출품했지만 세 점만 입선하고 나머지 모두 낙선하자 모든 작품을 철수하여 스스로 '레알리슴이란 이름을 붙인 개인전을 개최함으로써 아카데믹한 규범으로부터 독립한 최초의 예술가가 될 수 있었다.

  현대미술에서도 비록 공모는 아니지만 시상제도 때문에 야기된 논란의 사례가 많은데 대표적인 경우로 1964년 베니스비엔날레에서 라우센버그(Robert Rauschenberg)가 대상을 수상하는 작가로 결정되자 유럽의 예술계가 발끈하여 미국의 정치적 영향력이 미친 결과라며 성토하였던 것을 들 수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어떠한가? 우리나라에 근대적 공모제도가 도입된 것은 서화협회가 주최하던 협전(協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 조선총독부가 일본의 문부성이 주최하던 문부성전람회의 제도를 고스란히 옮겨놓은 ‘조선총독부미술전람회' 이른바 조선미전 혹은 선전으로부터였다. 일제시대에 활동하던 미술가들에게 거의 유일하다시피 한 등용문이었던 조선미전은 그러나 식민지 조선의 작가보다 일본인 작가들의 활동무대나 다름없었다.

  해방 이후 조선미전의 제도를 그대로 계승한 대한민국미술전람회가 문교부 주최로 열렸으나 나중에 한국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하는 대한민국 미술대전으로 바뀌었으며 현재는 한국미술협회가 이 제도를 이어받아 주최하고 있다. 1960년대 초반 특정 경향에 편중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권력화한 국전에 대한 반동으로 반국전운동이 일어나기도 했으나 국전은 여전히 미술계의 권력기구로 막강한 영향력을 미쳤는데 1970년대 말경 중앙일보와 동아일보가 각각 공모전을 개최함으로써 국전의 권위주의를 보완하는 민전시대를 개막하게 된다. 그런 와중에도 목우회, 구상회, 한국구상조각가회 등의 미술단체들이 제정한 각종 공모전이 우후죽순 창설되고 동아갤러리가 갤러리 차원에서 개최한 공산미술제등을 비롯하여 장르별, 지역별, 경향별로 다양한 종류의 공모전이 개최됨으로써 공모전의 난립양상을 보여주기도 했으며 급기야 참가비로 공모전을 운영하는 상업적 성격이 분명한 무슨무슨 ‘대전'과 같은 것도 생겨났다. 사태가 이 정도라면 공모제도에 대해 아무리 긍정적인 의미를 부여하려고 해도 부정적인 관점만 부각될 상황인데 모란미술대상으로부터 출발한 모란조각대상전은 그 출발에서부터 이런 비리나 시비로부터 자유로웠다는 점에서 일단 내실 있는 제도로 정립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공모를 통해 발굴된 작가들은 대부분 현재 우리 미술계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만큼 그 긍정적인 역할을 무시할 수 없다. 비단 모란조각대상만 유일하게 신진작가의 발굴과 지원에 충실했다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비슷한 조건이나 환경에서 착실하게 공모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단체나 기관의 노력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으며 그것은 이 글의 목적도 아니다. 다만 이제 10년을 맞이하는 모란조각대상이 순수하게 미술관이 독자적 차원으로 운영하고 있으므로 이 미술관이 처한 재정적 상황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애초에 표방했던 창설이념에 충실하고자 했던 점은 정당하게 평가받아 마땅할 것이다. 따라서 모란조각대상 십년을 점검하는 이 전시를 통해 이 공모제도가 우리나라 미술계에서 차지하는 의미와 공적에 대한 엄정하고 객관적인 평가가 있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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