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2010 한·몽 현대미술교류전 몽골의 하루 A Day of Mongolia
전시기간: 2010.08.28 - 2010.9.30
전시장소: 모란미술관
참여작가: 이강우, 한계륜, N.아디아바자드(N.Adiyabagzar), D.바담(D.Badam), S.바야바타르(S.Bayarbaata), M.볼로토야(M.Bolortuya), L.부만도르츠(L.Bumandorj), S.다그바도르츠(S.Dagvador), S.엥흐-암글랑(S.Enkh-Amgalan), D.누르마자브(D.Nurmaajav), N.오르수(N.Orosoo), B.샤타르사이칸(B.Shatarsaikhan), L.수흐바타르(L.Sukhbaatar), E.수흐히(E.Sukhee), P.토소그졸(P.Tsogzolj)
전시내용:
"몽골의 하루", 예술의 눈을 통해 본 몽골의 일상과 자연
임성훈(모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Ph.D.)
Ⅰ.
모란미술관은 2002년에 <유목민의 서사시 (EPIC OF NOMADS)〉 그리고 2006년에 〈땅, 길, 선(LAND, ROUTE, LINE)〉을 주제로 한·몽 현대미술교류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번에 개최되는 <몽골의 하루 (A DAY OF MONGOLIA)>전은 지난 두 번의 교류전의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해서 기획된 세 번째 교류전이 된다. 이런 점에서 <몽골의 하루>전은 2002년과 2006년 교류전과 연속성을 갖고 있는 전시이다. 물론 기획의도와 주제선정의 측면에서 본다면 <몽골의 하루>전은 이전의 두 전시와는 차별화된다. <유목민의 서사시>전과 <땅, 길, 선>전이 몽골의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면, <몽골의 하루>전은 몽골의 일상과 자연을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러한 눈을 통해 표현된 작품들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Ⅱ.
<몽골의 하루>전은 몽골의 일상과 자연을 보다 다양한 예술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몽골작가의 회화, 목판화 및 설치작업 그리고 한국작가의 사진과 영상작업으로 구성된 전시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7월 초 두 명의 한국작가와 함께 몽골 현지를 방문하였다. 몽골작가협회(UMA) 회장 엥흐친(Ts. Enkhjin)을 만나 몽골현대미술의 동향과 이번 전시의 주제 및 기획의도와 관련하여 많은 의견교환을 나누었다. 엥흐친회장의 적극적인 협조로 몽골미술창작소에서 작업하는 몽골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몽골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 또한 가졌다. 이어 몽골국립미술대학을 방문하였고, 이 대학 학장인 부만도르츠(L. Bumandorj)를 만나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부만도르츠 학장과 나눈 대화를 통해 몽골 젊은 작가들의 최근 작업경향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이틀 동안 20여명이 넘는 몽골작가를 만나고 많은 작품들을 접하다보니 작품 선정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저녁 늦게 울란바타르의 한 음식점 구석에 앉아 마음에 새겨둔 작가와 작품들을 다시 한 번 검토하였고 밤 늦게서야 최종적으로 이번 전시에 참여할 작가와 출품작을 확정하였다. 작품 선정에서 주안점을 둔 것은 역시 이번 전시의 주제 "몽골의 하루" 였다. "몽골의 하루”는 몽골의 일상과 자연을 외부의 눈으로 바라보는 피상적인 관찰이 아니라 내부의 눈으로 들여다본다는 기획의도에 따라 정한 주제이다. 몽골에 대한 이해는 몽골의 문화를 만들어 낸다 층적이고 복합적인 환경을 섬세하게 들여다볼 때 가능하다. 이번 전시 <몽골의 하루>는 이러한 이해의 지평을 열어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Ⅲ.
이번 <몽골의 하루>전은 한국작가 2명의 사진과 영상작업 그리고 몽골 작가 13명의 회화, 목판화 및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몽골현대미술의 경향과 흐름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는 이미 2002년과 2006년의 전시 도록에 실려 있기에 생략하기로 하겠다. 여기서는 이번 전시의 주제가 몽골의 일상과 관련된 것이니만큼 몽골작가들의 작품이 어떤 주제로 무엇을 묘사하고 있으며, 또한 그 특징이 무엇인지를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겠다.
몽골의 국민작가 P. Tsogzol의 작품은 몽골의 전통적인 일상을 보여준다. 작품 "샤가이(Shagai) 놀이(An Anklebone Game)”는 무릎위에 작고 긴 판자를 대고, 그 판자 위에서 양의 복사뼈를 잘조준해 튕겨 5m 정도 거리에 있는 나무상자 위에 있는 세 개의 복사뼈 표적을 맞추어 쓰러트리는 놀이를 묘사하고 있다. 샤가이 놀이는 일종의 알까지 놀이인 셈이다. 몽골을 방문한 시기가 마침 나담(Naadam) 축제 기간과 겹쳐서 직접 '샤가이 놀이'를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샤가이 놀이의 명수들이 제각기 실력을 겨루는 모습은 생각보다 매우 진지했다.
P. Tsogzol의 다른 두 작품 "말발굽하기(ToShoe a Horse)e)"와 "몽골의 하루(One Day of Mongolia)"는 유목민들의 말발굽 작업과 양을 도축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P. Tsogzol의 작품에 나타난 자연스러운 색감과 화면 구성은 몽골인의 일상생활을 예술적인 체험으로 느끼게 한다.
E. Sukhee의 작품 “전통(Traditions)"은 새로운 가정을 꾸린 남자에게 전통적인 이동 가옥인 게르(Ger)를 만들어주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게르에 사용할 움푹 파인 형태의 가죽을 만들기 위해 책상다리를 한 사람을 가죽 중앙에 두고 위로 떠올렸다가 내리는 장면을 포착한 작품이다. 놀이하듯이 서로가 흥겨워하면서 가죽을 늘이는 방식이 인간적이다. 도구나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놀이를 통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몽골인의 휴머니즘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치게 과장된 말일까? E. Sukhee의 다른 작품 “여름 집(Summer Camp)”은 게르 앞 설치대의 널빤지에 우유를 사용해서 만든, 치즈나 요구르트에 해당하는 '차강이데(tsagaan idee)' 가 널려있는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유목민 일상의 한 단면을 담백하게 표현하고 있다.
N. Orosoo의 작품들은 몽골의 일상적 풍경을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달밤(The Night with Moon)"은 달빛이 내려앉은 마을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는데, 마치 한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대초원(Steppe)”은 광활한 몽골 초원의 풍경 속에 잠겨있는 유목민의 일상을 고즈넉하게 그려내고 있다. “저녁 해(Evening Sun)”는 붉은 노을로 물든 산과 초록빛이 감도는 초원을 대비시켜 저녁 무렵의 풍경을 잘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가족(Families)"은 그늘이 진 산을 배경으로 게르(Ger),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그리고 우리로 돌아오는 양떼의 풍경을 따뜻한 정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B. Shatarsaikhan은 몽골의 전통기법에 바탕을 둔 목판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떠돌이 수도승(Itinerant Monk)”은 이곳저곳을 유랑하는 수도승을, "헬렝(Kherlen)" 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를, “손님들(Guests)"은 마을의 아낙네들이 말우유를 발표시킨 전통주 '아이락(airag)'을 마시면서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리듬(Rhythm)”은 몽골의 젊은 부부를 묘사하고 있다. B. Shatarsaikhan의 목판화는 날카로운 선을 배제하고 몽골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회화적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 S. Bayarbaatar의 작품 "할아버지의 가르침" (Grandfather's Teaching)은 구술을 통해 전하는 몽골 가족의 정서적 교육현장을 묘사하고 있으며, S. Enkh-Amgalan의 작품 "칭기스 몽골인(Chinggis Mongolians)”은 독특한 화면구성으로 유목민들의 일상생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현재 폴란드에서 유학중인 젊은 작가 M. Bolortuya의 작품 "Three Part of My Life" 는 몽골 거리의 일상을 과감한 터치를 통해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T. Nurmaanjav의 작품 “오누이 (Brother and Sister)" 는 마치 사진관에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듯한 몽골가족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도시의 동화(Fairy Story of City)”는 상상의 새를 타고 도시 위를 날아다닌다는 동화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N. Adiyabazar의 작품 “흰 서리가 내리기 전(Before the hoar-frost)"은 겨울로 접어드는 가을의 어느 날 말떼를 배경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을 화려한 색채 분할을 활용하여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D. Badam의 작품 “풍요로운 여름(Prosperous Summer)”과 “보름달이 있는 밤(The Night with the Full Moon)은 몽골의 일상을 담아내는 전통회화 기법인 조라크(Mongolian Zurag)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L. Sukhbaatar의 작품 "몽골(Mongol)"은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몽골의 전통적인 일상생활을 화면 가득히 묘사하고 있다. 몽골 조라크 기법을 활용하면서 전통회화와 현대회화의 접목점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몽골국립미술대학 학장인 L. Bumandorj의 “Composition”은 몽골 마을의 풍경을 현대적인 구성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몽골 설치 작가 S. Dagvadorj는 2000년 제3회 광주비엔날레 참여했고, 일본 전시에서 설치작업으로 호평을 받은 작가이다. Dagvadorj의 설치작업은 몽골의 전통성과 현재성이 교차하는 상황을 주제로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몽골에서 직접 가져온 작업재료와 한국 현지에서 찾아낸 작업재료로 구성한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IV
한국작가로는 이강우 작가와 한계륜 작가가 이번 한·몽현대미술교류전에 참여하였다. 여기서 두 작가가 몽골 현지에서 작업한 사진과 영상작품에 관해 상세하게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몽골의 하루> 전 도록에 실린 두 작가의 작가노트와 작업기행문이 이번 작업의 의미들을 무엇보다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짧은 작업 기간 동안 낯선 이방인의 눈으로 몽골의 일상과 자연을 담아낸다는 것이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실상 몽골의 일상은 보이는 것에서 다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몽골의 일상이 꿈틀거리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두 작가는 이점을 충분히 의식하고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두 작가는 몽골의 일상을 이미지로 담아내는 작업이 아니라 몽골의 일상에 부딪히는 작업을 한 것이 아닐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러기에 역설적으로 두 작가는 몽골의 일상을 외부의 눈인 관찰이 아니라 내부의 눈으로 느끼는 작업을 할 수 있었을 터이다.
V
이번 <몽골의 하루>전에서 '하루'의 의미는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하루' 는 도시에 살고 있는 몽골인의 생활일 수도 있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유목민의 생활일 수도 있다. '하루' 는 단지 물리적 조건에 얽매인 생활을 뜻하지 않는다. '하루' 는 몽골인의 존재방식을 드러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하루'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로 이어질 몽골인의 삶과 그 일상에 대한 은유이다. 이번 전시에서 양국의 작가들은 이 '하루' 를 예술의 언어로 다양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몽골의 하루>전을 통해 울란바타르의 뒷골목에서부터 끝없이 펼쳐진 초원 그리고 그 너머의 하늘에까지 이어지는 이 '하루' 의 의미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전시명: 2010 한·몽 현대미술교류전 몽골의 하루 A Day of Mongolia
전시기간: 2010.08.28 - 2010.9.30
전시장소: 모란미술관
참여작가: 이강우, 한계륜, N.아디아바자드(N.Adiyabagzar), D.바담(D.Badam), S.바야바타르(S.Bayarbaata), M.볼로토야(M.Bolortuya), L.부만도르츠(L.Bumandorj), S.다그바도르츠(S.Dagvador), S.엥흐-암글랑(S.Enkh-Amgalan), D.누르마자브(D.Nurmaajav), N.오르수(N.Orosoo), B.샤타르사이칸(B.Shatarsaikhan), L.수흐바타르(L.Sukhbaatar), E.수흐히(E.Sukhee), P.토소그졸(P.Tsogzolj)
전시내용:
"몽골의 하루", 예술의 눈을 통해 본 몽골의 일상과 자연
임성훈(모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Ph.D.)
Ⅰ.
모란미술관은 2002년에 <유목민의 서사시 (EPIC OF NOMADS)〉 그리고 2006년에 〈땅, 길, 선(LAND, ROUTE, LINE)〉을 주제로 한·몽 현대미술교류전을 개최한 바 있다. 이번에 개최되는 <몽골의 하루 (A DAY OF MONGOLIA)>전은 지난 두 번의 교류전의 경험과 성과를 바탕으로 해서 기획된 세 번째 교류전이 된다. 이런 점에서 <몽골의 하루>전은 2002년과 2006년 교류전과 연속성을 갖고 있는 전시이다. 물론 기획의도와 주제선정의 측면에서 본다면 <몽골의 하루>전은 이전의 두 전시와는 차별화된다. <유목민의 서사시>전과 <땅, 길, 선>전이 몽골의 현대미술을 소개하는 데 중점을 두었다고 한다면, <몽골의 하루>전은 몽골의 일상과 자연을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눈으로 바라보고, 그러한 눈을 통해 표현된 작품들이 갖는 의미를 생각해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Ⅱ.
<몽골의 하루>전은 몽골의 일상과 자연을 보다 다양한 예술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몽골작가의 회화, 목판화 및 설치작업 그리고 한국작가의 사진과 영상작업으로 구성된 전시이다. 이번 전시를 위해 지난 7월 초 두 명의 한국작가와 함께 몽골 현지를 방문하였다. 몽골작가협회(UMA) 회장 엥흐친(Ts. Enkhjin)을 만나 몽골현대미술의 동향과 이번 전시의 주제 및 기획의도와 관련하여 많은 의견교환을 나누었다. 엥흐친회장의 적극적인 협조로 몽골미술창작소에서 작업하는 몽골작가들을 만날 수 있었고, 많은 몽골 작품들을 접할 수 있는 기회 또한 가졌다. 이어 몽골국립미술대학을 방문하였고, 이 대학 학장인 부만도르츠(L. Bumandorj)를 만나 유익한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부만도르츠 학장과 나눈 대화를 통해 몽골 젊은 작가들의 최근 작업경향을 가늠해 볼 수 있었다. 이틀 동안 20여명이 넘는 몽골작가를 만나고 많은 작품들을 접하다보니 작품 선정을 하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저녁 늦게 울란바타르의 한 음식점 구석에 앉아 마음에 새겨둔 작가와 작품들을 다시 한 번 검토하였고 밤 늦게서야 최종적으로 이번 전시에 참여할 작가와 출품작을 확정하였다. 작품 선정에서 주안점을 둔 것은 역시 이번 전시의 주제 "몽골의 하루" 였다. "몽골의 하루”는 몽골의 일상과 자연을 외부의 눈으로 바라보는 피상적인 관찰이 아니라 내부의 눈으로 들여다본다는 기획의도에 따라 정한 주제이다. 몽골에 대한 이해는 몽골의 문화를 만들어 낸다 층적이고 복합적인 환경을 섬세하게 들여다볼 때 가능하다. 이번 전시 <몽골의 하루>는 이러한 이해의 지평을 열어가는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Ⅲ.
이번 <몽골의 하루>전은 한국작가 2명의 사진과 영상작업 그리고 몽골 작가 13명의 회화, 목판화 및 설치작업을 선보인다. 몽골현대미술의 경향과 흐름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는 이미 2002년과 2006년의 전시 도록에 실려 있기에 생략하기로 하겠다. 여기서는 이번 전시의 주제가 몽골의 일상과 관련된 것이니만큼 몽골작가들의 작품이 어떤 주제로 무엇을 묘사하고 있으며, 또한 그 특징이 무엇인지를 간략하게 살펴보기로 하겠다.
몽골의 국민작가 P. Tsogzol의 작품은 몽골의 전통적인 일상을 보여준다. 작품 "샤가이(Shagai) 놀이(An Anklebone Game)”는 무릎위에 작고 긴 판자를 대고, 그 판자 위에서 양의 복사뼈를 잘조준해 튕겨 5m 정도 거리에 있는 나무상자 위에 있는 세 개의 복사뼈 표적을 맞추어 쓰러트리는 놀이를 묘사하고 있다. 샤가이 놀이는 일종의 알까지 놀이인 셈이다. 몽골을 방문한 시기가 마침 나담(Naadam) 축제 기간과 겹쳐서 직접 '샤가이 놀이'를 볼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전국에서 모여든 샤가이 놀이의 명수들이 제각기 실력을 겨루는 모습은 생각보다 매우 진지했다.
P. Tsogzol의 다른 두 작품 "말발굽하기(ToShoe a Horse)e)"와 "몽골의 하루(One Day of Mongolia)"는 유목민들의 말발굽 작업과 양을 도축하는 장면을 보여준다. P. Tsogzol의 작품에 나타난 자연스러운 색감과 화면 구성은 몽골인의 일상생활을 예술적인 체험으로 느끼게 한다.
E. Sukhee의 작품 “전통(Traditions)"은 새로운 가정을 꾸린 남자에게 전통적인 이동 가옥인 게르(Ger)를 만들어주는 장면을 묘사하고 있다. 게르에 사용할 움푹 파인 형태의 가죽을 만들기 위해 책상다리를 한 사람을 가죽 중앙에 두고 위로 떠올렸다가 내리는 장면을 포착한 작품이다. 놀이하듯이 서로가 흥겨워하면서 가죽을 늘이는 방식이 인간적이다. 도구나 수단을 사용하지 않고 놀이를 통해 세상을 만들어 가는 몽골인의 휴머니즘을 엿볼 수 있다고 말한다면 지나치게 과장된 말일까? E. Sukhee의 다른 작품 “여름 집(Summer Camp)”은 게르 앞 설치대의 널빤지에 우유를 사용해서 만든, 치즈나 요구르트에 해당하는 '차강이데(tsagaan idee)' 가 널려있는 풍경을 담아내고 있다. 이 작품은 유목민 일상의 한 단면을 담백하게 표현하고 있다.
N. Orosoo의 작품들은 몽골의 일상적 풍경을 서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달밤(The Night with Moon)"은 달빛이 내려앉은 마을의 풍경을 묘사하고 있는데, 마치 한국의 수묵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자아낸다. “대초원(Steppe)”은 광활한 몽골 초원의 풍경 속에 잠겨있는 유목민의 일상을 고즈넉하게 그려내고 있다. “저녁 해(Evening Sun)”는 붉은 노을로 물든 산과 초록빛이 감도는 초원을 대비시켜 저녁 무렵의 풍경을 잘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가족(Families)"은 그늘이 진 산을 배경으로 게르(Ger), 굴뚝에서 피어오르는 연기 그리고 우리로 돌아오는 양떼의 풍경을 따뜻한 정감으로 표현하고 있다.
B. Shatarsaikhan은 몽골의 전통기법에 바탕을 둔 목판화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떠돌이 수도승(Itinerant Monk)”은 이곳저곳을 유랑하는 수도승을, "헬렝(Kherlen)" 은 그림을 그리고 있는 아이를, “손님들(Guests)"은 마을의 아낙네들이 말우유를 발표시킨 전통주 '아이락(airag)'을 마시면서 흥겨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모습을, 그리고 “리듬(Rhythm)”은 몽골의 젊은 부부를 묘사하고 있다. B. Shatarsaikhan의 목판화는 날카로운 선을 배제하고 몽골의 일상을 자연스럽게 드러내는 회화적 표현에 중점을 두고 있다. S. Bayarbaatar의 작품 "할아버지의 가르침" (Grandfather's Teaching)은 구술을 통해 전하는 몽골 가족의 정서적 교육현장을 묘사하고 있으며, S. Enkh-Amgalan의 작품 "칭기스 몽골인(Chinggis Mongolians)”은 독특한 화면구성으로 유목민들의 일상생활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현재 폴란드에서 유학중인 젊은 작가 M. Bolortuya의 작품 "Three Part of My Life" 는 몽골 거리의 일상을 과감한 터치를 통해 현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T. Nurmaanjav의 작품 “오누이 (Brother and Sister)" 는 마치 사진관에서 사진촬영을 위해 포즈를 취하고 있는 듯한 몽골가족의 모습을 따뜻한 시선으로 그려내고 있다. 그리고 “도시의 동화(Fairy Story of City)”는 상상의 새를 타고 도시 위를 날아다닌다는 동화를 주제로 한 작품이다. N. Adiyabazar의 작품 “흰 서리가 내리기 전(Before the hoar-frost)"은 겨울로 접어드는 가을의 어느 날 말떼를 배경으로 아버지와 아들의 모습을 화려한 색채 분할을 활용하여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D. Badam의 작품 “풍요로운 여름(Prosperous Summer)”과 “보름달이 있는 밤(The Night with the Full Moon)은 몽골의 일상을 담아내는 전통회화 기법인 조라크(Mongolian Zurag)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있다. L. Sukhbaatar의 작품 "몽골(Mongol)"은 제목에서 엿볼 수 있듯이 몽골의 전통적인 일상생활을 화면 가득히 묘사하고 있다. 몽골 조라크 기법을 활용하면서 전통회화와 현대회화의 접목점을 찾아내는 데 성공한 작품으로 평가된다. 몽골국립미술대학 학장인 L. Bumandorj의 “Composition”은 몽골 마을의 풍경을 현대적인 구성을 통해 표현하고 있는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 초대된 몽골 설치 작가 S. Dagvadorj는 2000년 제3회 광주비엔날레 참여했고, 일본 전시에서 설치작업으로 호평을 받은 작가이다. Dagvadorj의 설치작업은 몽골의 전통성과 현재성이 교차하는 상황을 주제로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몽골에서 직접 가져온 작업재료와 한국 현지에서 찾아낸 작업재료로 구성한 설치작품을 선보인다.
IV
한국작가로는 이강우 작가와 한계륜 작가가 이번 한·몽현대미술교류전에 참여하였다. 여기서 두 작가가 몽골 현지에서 작업한 사진과 영상작품에 관해 상세하게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몽골의 하루> 전 도록에 실린 두 작가의 작가노트와 작업기행문이 이번 작업의 의미들을 무엇보다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짧은 작업 기간 동안 낯선 이방인의 눈으로 몽골의 일상과 자연을 담아낸다는 것이 생각처럼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실상 몽골의 일상은 보이는 것에서 다 드러나지는 않을 것이다. 오히려 보이지 않는 곳에서 몽골의 일상이 꿈틀거리고 있을 지도 모를 일이다. 두 작가는 이점을 충분히 의식하고 작업을 한 것으로 보인다. 어쩌면 두 작가는 몽골의 일상을 이미지로 담아내는 작업이 아니라 몽골의 일상에 부딪히는 작업을 한 것이 아닐까? 아마도 그럴 것이다. 그러기에 역설적으로 두 작가는 몽골의 일상을 외부의 눈인 관찰이 아니라 내부의 눈으로 느끼는 작업을 할 수 있었을 터이다.
V
이번 <몽골의 하루>전에서 '하루'의 의미는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하루' 는 도시에 살고 있는 몽골인의 생활일 수도 있고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유목민의 생활일 수도 있다. '하루' 는 단지 물리적 조건에 얽매인 생활을 뜻하지 않는다. '하루' 는 몽골인의 존재방식을 드러내는 말이기 때문이다. 그러기에 '하루'는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로 이어질 몽골인의 삶과 그 일상에 대한 은유이다. 이번 전시에서 양국의 작가들은 이 '하루' 를 예술의 언어로 다양하게 표현해 내고 있다. <몽골의 하루>전을 통해 울란바타르의 뒷골목에서부터 끝없이 펼쳐진 초원 그리고 그 너머의 하늘에까지 이어지는 이 '하루' 의 의미가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들에게도 전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