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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전시

2011 내일의 한국조각: 기억과 회상

전시명: 2011 내일의 한국조각: 기억과 회상

전시기간: 2011.08.27 - 2011.10.08

전시장소: 모란미술관

참여작가: 김인경, 안규철, 정  현

전시내용: 

기억과 회상 그리고 조각


임성훈

모란미술관 학예실장, Ph.D.


1. 

  조각이란 무엇인가? 이 근본적인 물음에 규정된 답은 없지만, 그럼에도 조각의 역사에서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시도들은 계속 있어왔다. 이러한 다양한 시도들 중에서 공통점을 읽어낼 수 있는데, 그것은 곧 조각의 본질을 공간(space)과 매스(mass) 사이의 관계 개념으로 파악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조각은 한편으로 공간과 관계하면서, 다른 한편 경험적인 감각으로 파악되는 매스를 갖는다. 이런 점에서 조각은 철학적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정신과 물질의 관계를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조형예술이다. 조각의 구조 또한 이러한 관계의 미학에서 발견된다. 물론 여기서 구조는 고정된 틀로서 존재하는 체계가 아니다. 조각에서 구조란 조형적 일관성 또는 객관성을 충분히 확보하면서 동시에 작가의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삶의 체험을 경험적으로 드러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는 전통적 조형성을 중시하는 조각이나 개념을 강조하는 조각 또는 설치적인 조각에서 공통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특징이다.


2. 

  조각에서 공간과 매스사이의 관계와 그 구조성을 설명하는 다양한 관점이 있다. 이 글에서는 문화의 관점에 주목해 보려한다. 넓은 의미에서 삶의 방식으로 이해되는 문화는 정태적이지 않고 역동적이다. 이러한 문화의 역동성은 어떤 한 개념을 얼마든지 다른 관점에서 생각할 수 있는 가능성을 부여한다. 예컨대, 조각에서 공간은 중요한 개념 중의 하나이다. 그런데 도대체 '공간이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시대와 관점에 따라 달라지게 마련이다. 뉴톤은 공간을 절대 개념으로, 라이프니츠는 상대 개념으로, 칸트는 선험적 직관의 형식으로 파악했다. 이러한 관점의 차이는 철학의 문제일 뿐만 아니라 문화의 문제이기도 하다. 공간을 이해하는 관점이 달라지면, 매스에 대한 생각도 변하고, 나아가 공간과 매스의 관계 그리고 그 구조를 파악하는 문화의 양상도 변용된다. 한 시대의 조각에는 이러한 문화의 흔적이 반영되어 있다. 그러기에 그리스의 이상미, 중세의 상징과 알레고리, 르네상스의 인간 이해에 대한 새로운 조형성, 근대의 고전적인것과 낭만적인 것의 이중성, 현대의 조형적 변용과 그 다양성 등을 읽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면서 가장 중점을 둔 것은 이러한 조각의 문화사적 의미를 '기억과 회상'이라는 문화 키워드로 생각해 보는 것이다.


3.

  기억(Gedaechtnis)이란 무엇인가? 흔히 과거의 이미지를 떠올리는 것이 기억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문화학의 관점에서 생각해 볼 때, 기억은 일종의 '저장' 개념이다. 그러기에 기억이란 개념은 단순히 과거뿐만 아니라 현재 그리고 미래에도 적용될 수 있다. 기억은 문화의 장에서 재현될 수 있는 가능성의 ‘저장고’이다. 물론 여기서 '저장고'란 말은 단순히 창고가 아니라 의미의 발전소에 해당한다. 기억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그러나 기억의 기술은 단지 '기억술(ars memoriae)'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만약 기억될 수 있는 것만을 기술적으로 떠올리는 그러한 기억술만 남게된다면, 기억이 산출하는 문화적 의미는 사라지고 말 것이다. 예술은 기억을 내면화하는 기술이며, 문화를 기억하는 기술이다. 여기서 예술과 기술은 구분된다. 이러한 구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회상'이다. 회상은 기억의 내면화이며, 이를 통해 문화의 의미는 확인된다. 예술은 바로 이러한 기억과 회상의 문화적 생산물이다.

  회상(Erinnerung)이란 무엇인가? 기억 개념에서 '저장'이 중요한 반면, 회상 개념에서 핵심은 개인적 삶의 내면화된 '체험'과 '상상력'이다. 기억의 내면화인 회상은 주관적이면서 체험적인 상상력을 수반한다. 회상은 과거의 현재화이자 동시에 현재의 과거화이다. 회상은 과거와 현재를 잇는 문화의 끈인 셈이다. 회상은 단순히 기억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기억을 체험과 상상으로 이끌어내는 활동이다. 예술가의 작업 또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예술가는 기억되지 않은 것들을 다시 기억하고 그 의미를 재현하는 창조적인 작업을 한다. 화석화된 기억은 회상을 통해 생동하는 예술적 현재성이 된다. 이런 점에서 예술은 기억과 회상의 문화적 응축물이다.


4.. 예술에서 기억과 회상은 상호보완적이다. 기억 없는 회상은 그저 망상, 공상, 몽상, 허상일 뿐이고, 회상 없는 기억이란 무한히 반복되는 기억의 창고로만 남는다. 예술가는 기억과 회상을 통해 이루어질 문화의 모습을 그려내는 작업가이다. 달리 말하자면, 작가란 문화적 기억의 저장고에서 개인적 체험을 투사하는 재현의 활동가이다. 그런데 이러한 기억과 회상의 작업이 쉬운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작업의 주제를 형성하는 문화적 기억과 작가의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조형적 감각성이 반영되는 회상 사이에 지속적인 갈등과 긴장이 있기 마련이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역설적으로 이러한 갈등과 긴장


5.

  이 한 시대의 문화의 의미를 읽어내는 데 간과해서는 안될 요소이다. 예술은 기억과 회상의 교차로에 있는 문화의 정거장이기 때문이다. 이번 2011년 <내일의 한국조각 기억과 회상>전은 한국 현대조각사를 고찰한다거나, 현재 진행 중인 현대 조각의 양상을 점검해 본다거나 또는 미래의 조각의 향방이 어떠할 지를 예견해 보는 그런 의도에서 기획된 전시는 아니다. 물론 이러한 의도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전시의 주안점은 '기억과 회상'이라는 관점에서 조각의 문화적 의미를 생각해 보는 데 있다. 여기서 문화적 의미란 바로 조각적 상황에 대한 이해를 말한다. 흔히 '조각의 위기'를 말하곤 하지만, 엄밀히 보자면 이는 단지 조각이 갖는 조형적 문제라기보다는 조각의 문화적 문제이다. 문화를 기억하고 회상하는 예술로서의 조각이 갖는 위상이 과연 무엇인가? 이 물음에 대한 하나의 답을 모색하기 위해 기획된 전시가 이번 <내일의 한국조각>이다.


6.

  이번 전시에 참여한 김인경, 안규철, 정현은 특히 1980년대 이후 전개된 한국 현대조각의 흐름에서 주목할 만한 조형미학을 보여준 작가들이다. 조각적 재료의 다양성과 조형적 형태의 실험성 그리고 조형적 상징성과 개념을 견고하면서도 자유로운 조형적 힘으로 구사해왔기 때문이다. 이 책에 실린 세 평론가들의 글은 각 작가들의 작품세계를 분석적이면서도 전체적으로 조망하고 있다. 이에 덧붙여 언급하고 싶은 한 가지는 세 명의 작가들이 조각이라는 이름으로 행하는 예술의 의미를 문화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데 매우 적절한 조형성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다. “내일의 한국조각"이 갖는 진정한 의미는 형식에서 새로운 조각이 아니라, 문화적 함의를 담은 조각에서 드러날 것이다. 내일의 한국조각을 묻고자 하는 이들에게 이번 <내일의 한국조각 - 기억과 회상>전은 조각과 문화의 관계 그리고 이 관계 속에서 이루어질 조각의 의미를 확인하는 기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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