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전시

Fly to the Sky: 하늘을 날다

전시명: Fly to the Sky: 하늘을 날다 

전시기간: 2011.07.02 - 2011.08.13

전시장소: 모란미술관

참여작가: 김창겸, 노동식, 노상준, 신정필, 공시네

전시내용:

Fly to the Sky: 상상력의 힘이 만든 놀이터

임성훈

미학. 모란미술관 학예실장


1

  기분이 좋을 때면, 흔히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 것 같아!”라고 말하곤 한다. 이런 평범한 말에도 현실의 터를 벗어나 새처럼 자유롭게 비행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엿볼 수 있다. 하늘을 날고 싶은 것은 인간의 근원적인 욕망이다. 그렇지만 그것은 오랫동안 좌절된 욕망이었다. 이카로스(Icarus)를 생각해보자. 깃털을 밀랍으로 붙여 만든 날개를 달고, 하늘로 날아갔던 이카로스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날아간 탓에 날개의 밀랍이 녹아 바다에 추락하고 말았다. 하늘을 날고자 했던 욕망은 현실의 원리에서는 무모한 것이었다. 16세기 네덜란드 화가 브뤼겔은 <추락하는 이카로스가 있는 풍경〉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보여준다.1 브뤼겔은 추락하여 바다에 빠져 허우적대는 이카로스를 그림의 오른쪽 아래에 보일 듯 말듯 그리고 있는 반면, 그림의 한 가운데에는 농부가 그저 무심하게 밭을 갈고 있는 모습을 그렸다.2 현실의 밭을 갈고 있는 농부에게 이카로스의 비행이란 한낱 헛된 욕망에 불과한 것이었다. 하늘을 날고자 하는 것, 그것은 금지된 욕망이었다.

  하늘을 날고 싶어 하는, 오래된 인간의 욕망은 20세기에 현실이 되었다. 브뤼겔의 그림에 등장했던 농부가 하늘을 나는 비행기를 본다면 어떤 생각을 하게 될까? 어쩌면 밭을 가는 현실만이 아니라 또 다른 현실이 있다는 사실에 경탄을 보내면서 놀라워할 것이다. 욕망은 현실이 되었다. 기술은 인간의 욕망을 하늘을 넘어 우주로 향하게 만든다. 밀랍으로 붙인 날개가 아니라, 초정밀 가공된 금속판과 최고의 기술로 결합된 날개를 달고 이카로스는 날아갈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도대체 인간은 왜 하늘을 날고 싶어 했을까?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은 인간 자신이 스스로의 한계를 자각했기 때문에 시작된 것이리라. 욕망의 뿌리는 한계이다. 그러니까 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날고 싶어 하는 것이다. 여기에서 바로 상상력이 작동한다. 상상력은 현실, 한계, 욕망 사이를 매개한다. 현실에서 불가능했던 이카로스의 욕망은 상상력이 자극한 기술을 통해 현실이 되었다. 상상력은 이 현실에서 또 다른 현실을 자극하는 힘이다.


2

  예술은 상상력의 힘으로 이곳 현실과는 또 다른 현실의 놀이터를 제공한다. 현대 음악가 슈톡하우젠은 하늘을 날면서 연주하는 곡을 만들었다. 그가 작곡한 <헬리콥터 현악 사중주>를 연주하기 위해서는 네 대의 헬리콥터가 필요하다.3 각 헬리콥터에 제1바이올린, 제2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연주자가 탑승한다. 연주자들은 헬리콥터가상공을 비행할 때, 다른 주자의 소리를 들을 수 있는 헤드폰을 낀 채 곡을 연주한다. 하늘을 연주의 놀이터로 삼아 음악 공연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번 〈Fly to the Sky: 하늘을 날다>展 또한 상상력의 힘과 예술의 놀이를 보여주는 전시이다. 예술적 상상력은 이곳 현실과는 또 다른 현실을 보여주는 힘을 가졌다는 점에서 단순한 망상, 몽상, 허상, 공상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다섯 작가(김창겸, 공시네, 노동식, 신정필, 노상준)는 각자의 특유한 조형성을 통해 예술적 상상력으로 만든 놀이터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상상력의 놀이터는 어린아이의 놀이세계이다. 이번 전시를 기획하면서 니체가『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에서 언급한 그 유명한 낙타, 사자 그리고 어린아이의 놀이세계라는 세 단계(낙타-사자-어린아이 단계)를 떠올렸다.4 무거운 짐을 지고 가는 낙타는 이제 자유정신을 획득하는 사자가 되어야 한다. 사자는 옛 관습, 옛 가치를 상징하는 용과 싸워 마침내 자유정신을 획득한다. 그러나 아직 자유정신을 창조하지는 못한다. 진정한 자유정신의 창조란 어린아이의 놀이세계에서만 가능한 것이다. 바닷가에서 모래성을 쌓는 어린아이의 놀이세계는 현실의 척도에 따라 흉내만 낸 창조가 아니라, 이 현실과는 또 다른 모습의 현실을 가장 자유롭게 그려내는 창조를 보여준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다섯 작가의 작품들은 어떤 거창한 주제나 마케팅화된 창조적 상상력을 제시하지 않는다. 그저 모래성을 쌓는 어린아이의 놀이처럼 자유롭고 창조적인 정신을 예술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참여 작가들은 현실과 가상을 추상적이고 관념적으로 해석하는 식상한 작업에서 벗어나, 현실(및 그 현실과 관계하는 또 다른 현실)을 독특한 구성, 실험적 방식, 다양한 재료, 디지털 테크놀로지의 성과 등을 활용하여 흥미롭고도 상상력이 충만한 예술적 놀이터로 만들어내고 있다. 이 놀이터에서는 현실과 가상의 차이, 경계 혹은 전복 등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현실과 현실 사이에서 작동하는 상상력의 힘이 만든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노는 것이다.


3

  이번 전시 <하늘을 날다: Fly to the Sky〉는 열린 주제를 갖고 있다. 전시의 전체 구성을 얼핏 보기만 하더라도, <하늘을 날다>라는 하나의 주제에 얽매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실상 <하늘을 날다>라는 이번 전시의 주제는 비행이나 비행기에 관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단순히 인간의 욕망, 꿈, 초현실적인 세계를 표현하는 것에 관한 것도 아니다. 그러니 각 작품에 대한 설명이나 해석보다는 다섯 작가의 작품 전체를 관통하는 어떤 예술적 분위기를 읽어낼 때 더욱 흥미로운 감상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떤 관객이 “기발하면서 재미있는 작품이라는 것 외에 별다른 느낌이 없다”고 말한다 해도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그것 또한 좋은 감상이니 말이다.) <하늘을 날다: Fly to the Sky〉展은 예술의 놀이터이다. 관객들은 어린아이가 되어 이곳에서 자유롭게 참여하고 놀기만 하면 된다. 그러다보면 작가의 상상력과 관객의 상상력이 작품 속에서 교차되면서, 일상은 더욱 풍부하면서도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펼쳐질 수도 있지 않을까? 이번 전시의 주제 <하늘을 날다: Fly to the Sky〉는 감상의 지침이 되는 주제라기보다는 단지 관객들이 마음껏 상상하는 놀이를 통해 "일상적인 것의 변용" 5 을 체험할 것을 권유하는 안내문에 해당한다. 그러니 어린아이의 놀이세계에서처럼 자유롭게 작품들을 감상하면서 떠오르는 이미지를 모아 관객 스스로 주제를 만들어 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이번 전시에서 하늘을 날듯이 마음껏 감상하는 즐거움을 가질 수 있기를!


                                        

1 Pieter Breugel, the Elder(1525-1569)(Landscape with the Fall of Icarus)(1555-1558년경 제작)

2 하늘을 날고자 했던 이카로스는 헛된 욕망을 꿈꾸었던 인물, 밭을 가는 농부는 현실에 충실한 인물을 상징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3 카를하인쯔 슈하우젠(Karlheinz Stockhausen)의 현악 사중주 작품(Helicopter String Quartet)는 예컨대, http://www.youtube.com/watch?v=13D1YY_BvWU 에서 듣고 볼 수 있다.

4 Friedrich Nietzsche, Also sprach Zarathustra, in: Kritische Studienausgabe 4. hrsg. von Giorgio Colli und Mazzino Montinari, Berlin/New York, 1999, pp.29-31.

5 "일상적인 것의 변용"은 예술철학자 아서 단토의 용어이다. Arthur C. Danto, The Transfiguration of the Commonplace, Harvard University Press 19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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