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사이와 긴장 Between and Tension
전시기간: 2005.05.15 - 2005.06.30
전시장소: 모란미술관
참여작가: 왕지원, 조재영, 최혜광, 전윤조, 정상현
전시내용:
조각, 그 ‘사이(Between)’와 ‘긴장(Tension)' 에서
임성훈 (모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Ph. D.)
1.
올해 상반기에 모란미술관은〈조각의 지평〉을 주제로 한 기획전을 두 차례 마련하였다. 전시 주제를 굳이 “조각의 지평”으로 정한 이유가 있다. 개관 20주년을 맞이한 모란미술관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또한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조망해 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1990년 이후 국내에 많은 사립 미술관이 설립되었지만, 실상 모란미술관에 비견할 만한 성과를 보여준 미술관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모란미술관이 올해 봄에 발간한 20주년 기념 자료집을 훑어보기만 하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란미술관은 지난 20여년 동안 기획했던 많은 전시, 그 중에서도 특히〈오늘의 한국 조각〉 시리즈 전시를 통해 한국 현대조각의 흐름을 충실히 반영해 왔다. 이런 점에서 모란미술관이 상반기 기획전시의 주제로 “조각의 지평”을 설정한 것이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모란미술관이 그동안 이루어 낸 전시의 성과만으로도 충분히 “조각의 지평” 을 언급할 만한 위상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란미술관은 특히 1996년 이후 조각전문미술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지금까지 그 입지를 굳건히 다져왔다. 모란미술관은 이에 자족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끊임없이 조각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는 기획과 전시를 계속 해 나갈 것이다. 〈조각의 지평〉이란 큰 주제 하에 지난 번에 개최된 1부 전시와 이번 2부 전시는 이에 대한 하나의 예증이다. 1부에 해당하는 〈조각의 흔적과 증거〉전(2010.3.27-4.30)은 모란미술관의 전, 현직 미술평론가들이 다섯 작가를 선정하여 전시함으로써 관람자들에게 한국 현대 조각의 중요한 향방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던 전시였다. 1부 전시에 이어 개최되는 2부 전시는〈사이와 긴장(Between and Tension)〉전(2010.5.15-6.30)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다섯 명의 작가(왕지원, 조재영, 최혜광, 전윤조, 정상현)는 특히 내일의 조각이 보여주는 “사이(Between)”와 “긴장(Tension)”의 문제를 자신들의 고유하고도 특유한 조형언어로 제시하고 있다.
||
오늘날 조각에서 탈장르, 탈형식, 비물질화 등과 같은 용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에 따라 전통적 조형성, 그러니까 내부에서 외부로 나아가거나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가면서 공간과 관계하는 조형성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여기에 현대 조각이 사용하는 다양한 재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전통적 조각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던 재료들이 현대 조각에서는 곧 잘 활용되고 있다. 새로운 조각 재료들이 조형적인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형식이나 재료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동시대 조각에서 ‘조각적인 것’과 ‘조각적이지 않은 것’사이에 분명한 경계를 긋기란 실상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기에 조각을 전공했지만 전통적인 조형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조각이라고 부르기 힘든 작업을 하는 ‘조각가’ 들을 만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오늘날 조각이 처해 있는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조각에 대해 다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게 만들었다. 조각 혹은 조각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내일의 조각의 가능성은 무엇이며, 또한 그 조건들은 무엇인가?〈조각의 지평〉전 2부인〈사이와 긴장(Between and Tension)〉 전은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하나의 조형적 응답이다.
Ⅲ
조각 혹은 ‘조각적인 것' 에서 ‘사이(Between)’와 ‘긴장(Tension)' 이란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기론 ‘사이’와 ‘긴장' 이야말로 현대 조각의 특징적인 징후를 잘 보여주는 용어이다. 예술작품은 그 자체로 확정된 형태에 불과한 결과물로 이해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예술은 물음이다.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이기보다는 과정이다. 그러기에 확정적인 것과 불확정적인 것'사이' 에서 빚어지는 조형적 ‘긴장' 은 조각의 본질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 주제인 “사이와 긴장”에서 ‘사이’ 는 이중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 말이다. 한편으로 ‘사이’ 는 형식적인 면에서 본다면 전통적인 조각과 여기서 벗어난 동시대의 조각과의 관계성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나는 이번 전시에 선보인 다섯 작가의 작품들이 이러한 ‘사이’ 의 관계성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사이' 란 말은 작품의 주제와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에서 예컨대, 예술과 기술, 현상과 본질, 꿈과 현실, 내면과 외면, 실제와 이미지 ‘사이’ 의 조형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조형적 형식과 주제의 측면에서 이중적으로 작동하는 ‘사이’는 ‘긴장’과 곧 바로 맞닿아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긴장' 이란 어떤 초조한 마음의 상태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조형언어에서 '긴장' 이란 한 작품에 함축된 의미를 복합적이며 다층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어떤 극대화된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사이' 와 ‘긴장' 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조각이 어떻게 전개될 지를 읽어내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말이기도 하다.
IV
〈사이와 긴장〉전 참여 작가와 그 작품에 대한 설명은 도록에 실려 있기에 여기서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사이와 긴장" 이란 전시 주제를 전체적으로 그려보는 데 필요한 정도로만 간단히 언급해 보기로 한다. 왕지원은 인간, 예술 그리고 기술 사이에서 나타나는 긴장성을 사이보그 신체로 표현하고 있으며, 조재영은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는 과정 속에서 드러난 조형적 긴장성을 몰입과 반복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최혜광은 어린 시절의 꿈, 그 기억의 풍경들을 친근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조형성을 통해 재현하고 있다. 또한 전윤조가 외면적 확정성과 내면적 불확정성 사이에 있는 관계성을 조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면, 정상현은 현실과 가상 사이의 문제를 ‘시각적 전복' 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다섯 작가의 조형언어는 저마다 다르다. 그렇지만 이들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조각 개념 사이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에 따른 ‘사이의 미학(Aesthetics of Between)’그리고 조각 개념의 경계에 나타난 차이에 따른 ‘긴장의 미학(Aesthetics of Tension)' 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공통분모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전시명: 사이와 긴장 Between and Tension
전시기간: 2005.05.15 - 2005.06.30
전시장소: 모란미술관
참여작가: 왕지원, 조재영, 최혜광, 전윤조, 정상현
전시내용:
조각, 그 ‘사이(Between)’와 ‘긴장(Tension)' 에서
임성훈 (모란미술관 학예연구실장, Ph. D.)
1.
올해 상반기에 모란미술관은〈조각의 지평〉을 주제로 한 기획전을 두 차례 마련하였다. 전시 주제를 굳이 “조각의 지평”으로 정한 이유가 있다. 개관 20주년을 맞이한 모란미술관이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고, 또한 앞으로 걸어가야 할 길을 조망해 보고자 했기 때문이다. 1990년 이후 국내에 많은 사립 미술관이 설립되었지만, 실상 모란미술관에 비견할 만한 성과를 보여준 미술관은 그리 많지 않다. 이는 모란미술관이 올해 봄에 발간한 20주년 기념 자료집을 훑어보기만 하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란미술관은 지난 20여년 동안 기획했던 많은 전시, 그 중에서도 특히〈오늘의 한국 조각〉 시리즈 전시를 통해 한국 현대조각의 흐름을 충실히 반영해 왔다. 이런 점에서 모란미술관이 상반기 기획전시의 주제로 “조각의 지평”을 설정한 것이 전혀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모란미술관이 그동안 이루어 낸 전시의 성과만으로도 충분히 “조각의 지평” 을 언급할 만한 위상을 갖추었다고 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모란미술관은 특히 1996년 이후 조각전문미술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지금까지 그 입지를 굳건히 다져왔다. 모란미술관은 이에 자족하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도 끊임없이 조각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을 던지는 기획과 전시를 계속 해 나갈 것이다. 〈조각의 지평〉이란 큰 주제 하에 지난 번에 개최된 1부 전시와 이번 2부 전시는 이에 대한 하나의 예증이다. 1부에 해당하는 〈조각의 흔적과 증거〉전(2010.3.27-4.30)은 모란미술관의 전, 현직 미술평론가들이 다섯 작가를 선정하여 전시함으로써 관람자들에게 한국 현대 조각의 중요한 향방을 파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던 전시였다. 1부 전시에 이어 개최되는 2부 전시는〈사이와 긴장(Between and Tension)〉전(2010.5.15-6.30)이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다섯 명의 작가(왕지원, 조재영, 최혜광, 전윤조, 정상현)는 특히 내일의 조각이 보여주는 “사이(Between)”와 “긴장(Tension)”의 문제를 자신들의 고유하고도 특유한 조형언어로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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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날 조각에서 탈장르, 탈형식, 비물질화 등과 같은 용어는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에 따라 전통적 조형성, 그러니까 내부에서 외부로 나아가거나 외부에서 내부로 들어가면서 공간과 관계하는 조형성에도 많은 변화가 생겨났다. 여기에 현대 조각이 사용하는 다양한 재료도 큰 영향을 끼쳤다. 전통적 조각에서는 거의 사용되지 않던 재료들이 현대 조각에서는 곧 잘 활용되고 있다. 새로운 조각 재료들이 조형적인 표현의 가능성을 확장하는 데 기여했다고 할 수 있다. 형식이나 재료의 측면에서 보더라도 동시대 조각에서 ‘조각적인 것’과 ‘조각적이지 않은 것’사이에 분명한 경계를 긋기란 실상 어려운 일이 되어 버렸다. 그러기에 조각을 전공했지만 전통적인 조형성의 관점에서 본다면 조각이라고 부르기 힘든 작업을 하는 ‘조각가’ 들을 만나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오늘날 조각이 처해 있는 이러한 상황은 역설적으로 조각에 대해 다시 근원적인 물음을 던지게 만들었다. 조각 혹은 조각적인 것이란 무엇인가? 내일의 조각의 가능성은 무엇이며, 또한 그 조건들은 무엇인가?〈조각의 지평〉전 2부인〈사이와 긴장(Between and Tension)〉 전은 이러한 물음에 대한 하나의 조형적 응답이다.
Ⅲ
조각 혹은 ‘조각적인 것' 에서 ‘사이(Between)’와 ‘긴장(Tension)' 이란 말이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기론 ‘사이’와 ‘긴장' 이야말로 현대 조각의 특징적인 징후를 잘 보여주는 용어이다. 예술작품은 그 자체로 확정된 형태에 불과한 결과물로 이해될 수는 없을 것이다. 예술은 물음이다. 예술에서 중요한 것은 결과이기보다는 과정이다. 그러기에 확정적인 것과 불확정적인 것'사이' 에서 빚어지는 조형적 ‘긴장' 은 조각의 본질의 문제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 주제인 “사이와 긴장”에서 ‘사이’ 는 이중적으로 파악될 수 있는 말이다. 한편으로 ‘사이’ 는 형식적인 면에서 본다면 전통적인 조각과 여기서 벗어난 동시대의 조각과의 관계성을 나타내는 용어이다. 나는 이번 전시에 선보인 다섯 작가의 작품들이 이러한 ‘사이’ 의 관계성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또 다른 한편으로 ‘사이' 란 말은 작품의 주제와 관련된 것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작품들에서 예컨대, 예술과 기술, 현상과 본질, 꿈과 현실, 내면과 외면, 실제와 이미지 ‘사이’ 의 조형성을 충분히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조형적 형식과 주제의 측면에서 이중적으로 작동하는 ‘사이’는 ‘긴장’과 곧 바로 맞닿아 있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긴장' 이란 어떤 초조한 마음의 상태나 불안한 심리 상태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조형언어에서 '긴장' 이란 한 작품에 함축된 의미를 복합적이며 다층적으로 읽어낼 수 있는 어떤 극대화된 상황을 일컫는 말이다. 이런 점에서 ‘사이' 와 ‘긴장' 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조각이 어떻게 전개될 지를 읽어내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는 말이기도 하다.
IV
〈사이와 긴장〉전 참여 작가와 그 작품에 대한 설명은 도록에 실려 있기에 여기서 구체적으로 언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다만 “사이와 긴장" 이란 전시 주제를 전체적으로 그려보는 데 필요한 정도로만 간단히 언급해 보기로 한다. 왕지원은 인간, 예술 그리고 기술 사이에서 나타나는 긴장성을 사이보그 신체로 표현하고 있으며, 조재영은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고자 하는 과정 속에서 드러난 조형적 긴장성을 몰입과 반복을 통해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최혜광은 어린 시절의 꿈, 그 기억의 풍경들을 친근하면서도 자연스러운 조형성을 통해 재현하고 있다. 또한 전윤조가 외면적 확정성과 내면적 불확정성 사이에 있는 관계성을 조형적으로 제시하고 있다면, 정상현은 현실과 가상 사이의 문제를 ‘시각적 전복' 을 통해 표현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한 다섯 작가의 조형언어는 저마다 다르다. 그렇지만 이들은 어제, 오늘 그리고 내일의 조각 개념 사이의 연속성과 불연속성에 따른 ‘사이의 미학(Aesthetics of Between)’그리고 조각 개념의 경계에 나타난 차이에 따른 ‘긴장의 미학(Aesthetics of Tension)' 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그 공통분모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