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지각과 경험
전시기간: 2013.08.30 ~ 2013.09.29
전시장소: 모란미술관
참여작가: 김윤아, 안정주, 이상윤, 정하응
전시내용:
일상, 예술 그리고 미적 경험
임성훈 (미술비평, 미학 Ph. D.)
예술작품과 관련된 지각과 경험은 논리적이거나 도덕적인 경험 나아가 단순히 감각적인 경험과는 다르다. 여타의 지각 경험과 구분되는 이러한 예술적 경험, 곧 미적 경험(aesthetic experience)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 물음에 답하기란 생각만큼 그리 쉽지 않다. 물론 미적 경험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려는 시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즐거움이 유발되는 감정의 상태나 환영이나 가상 또는 도취의 감정과 결부된 경험 등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만으로 미적 경험의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의미가 파악되는 것은 아니다. 미적 경험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미적 경험이 일상적인 경험과 어떤 방식으로 다른지, 그리고 양자의 경험을 구분할 수 있는 뚜렷한 경계가 무엇인지를 말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근대 이후 미학과 예술론은 일상과 예술이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한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전개되었다. 예술은 일상을 벗어나 어떤 것, 일상의 권태를 치유해 주는 것, 일상과는 다른 무엇을 제시해 주는 것 등으로 이해되었으며, 이에 따라 ‘예술을 위한 예술’ 이 강조되었다. 예술은 일상에서 발견할 수 없는 우아하고, 고귀하고, 멋진 경험의 세계를 제공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과 일상의 구분은 특히 1960년대 이후 급격하게 그 유효성을 상실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미술사의 측면에서, 또한 이론적인 측면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예술적 경험과 일상적 경험을 분명하게 구분하기란 어렵다. 지난 40, 50년간에 진행된 현대예술작품은 예술과 일상이 서로 넘나드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타의 경험들과 절대적으로 구분되는 순수한 미적 경험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그렇다면 오늘날 미적 경험의 의미는 보다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미적 경험은 일상적인 경험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경험을 예술의 관점으로 환기시키는 것이다. 흔히 접하는 일상적인 사물이라도 얼마든지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사물이 예술이기 위한 조건들이 있기 때문이다. 넬슨 굿맨(N. Goodman)은 길 위에 돌이 있을 때는 그 돌이 예술작품이 될 수 없지만, 미술관에 있을 때는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언제 예술인가?(When is art?)” 라는 물음이다. 즉, “언제(When)”가 예술적 경험을 하기 위한 필연적인 조건이 되는 셈이다. 한편 조지 디키(G. Dickie)는 한 대상을 예술작품이게 하는 것은 사회제도 또는 예술계(Artworld)라고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느 시대의 사회제도나 예술계에서 예술작품으로 인정하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일상의 범주에 속하는 것에서도 조건이 충족된다면 일상적인 경험과는 다른 미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예술작품을 지각할 때, 단지 눈에 보이는 것만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미적 경험은 보이는 것에서 더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을 예술적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예술작품을 지각하고 경험한다는 것은 일상적인 현실의 모습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체험이다. 이번〈지각과 경험〉전은 일상적인 경험이 어떻게 예술적 경험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전시에 참여한 네 명의 작가들(김윤아, 안정주, 이상윤, 정하응)의 작품은 일상과 예술이 교차되는 지점을 다양한 조형성으로 제시하면서 일상 속에서 지각되는 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미적으로 경험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김윤아는 실과 줄을 이용하여 일상에서 지각되는 순간들을 재현하고, 이를 통해 지각하고 경험하는 문제를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모색하고 있다. 안정주는 개인의 경험과 사회라는 구조의 관계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조형적으로 제시한다. 또한 이상윤은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나무로 제작된 일상적 도구들을 통해 던지고 있다. 정하응은 일상의 주변에서 묻어나는 삶의 소리를 활용하여 예술로 변용된 일상적인 지각과 경험의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서 관람자들은 예컨대, 예술과 일상의 미묘한 경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관계, 소멸되는 것과 생성되는 것의 공존, 친숙한 것과 낯선 것의 이중성 등과 같은 여러 생각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미적 경험은 일상적인 경험의 한계와 제약을 넘어 경험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킨다. 예술작품의 의미는 규정되는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자의 지각과 경험 속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이번〈지각과 경험〉전이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함축된 지각의 의미를 읽어내고, 또한 이에 따라 이루어지는 예술적 경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기를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
전시명: 지각과 경험
전시기간: 2013.08.30 ~ 2013.09.29
전시장소: 모란미술관
참여작가: 김윤아, 안정주, 이상윤, 정하응
전시내용:
일상, 예술 그리고 미적 경험
임성훈 (미술비평, 미학 Ph. D.)
예술작품과 관련된 지각과 경험은 논리적이거나 도덕적인 경험 나아가 단순히 감각적인 경험과는 다르다. 여타의 지각 경험과 구분되는 이러한 예술적 경험, 곧 미적 경험(aesthetic experience)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이 물음에 답하기란 생각만큼 그리 쉽지 않다. 물론 미적 경험이 무엇인지를 정의하려는 시도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몇 가지 예를 들자면 즐거움이 유발되는 감정의 상태나 환영이나 가상 또는 도취의 감정과 결부된 경험 등으로 설명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설명만으로 미적 경험의 복합적이고 다층적인 의미가 파악되는 것은 아니다. 미적 경험이 무엇인지를 명확히 말하기 어려운 이유는 또 있다. 미적 경험이 일상적인 경험과 어떤 방식으로 다른지, 그리고 양자의 경험을 구분할 수 있는 뚜렷한 경계가 무엇인지를 말하기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근대 이후 미학과 예술론은 일상과 예술이 서로 다른 영역에 속한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전개되었다. 예술은 일상을 벗어나 어떤 것, 일상의 권태를 치유해 주는 것, 일상과는 다른 무엇을 제시해 주는 것 등으로 이해되었으며, 이에 따라 ‘예술을 위한 예술’ 이 강조되었다. 예술은 일상에서 발견할 수 없는 우아하고, 고귀하고, 멋진 경험의 세계를 제공하는 것으로 간주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예술과 일상의 구분은 특히 1960년대 이후 급격하게 그 유효성을 상실하기 시작하였다. 이는 미술사의 측면에서, 또한 이론적인 측면에서도 확인되고 있다. 예술적 경험과 일상적 경험을 분명하게 구분하기란 어렵다. 지난 40, 50년간에 진행된 현대예술작품은 예술과 일상이 서로 넘나드는 양상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여타의 경험들과 절대적으로 구분되는 순수한 미적 경험은 더 이상 유지될 수 없다. 그렇다면 오늘날 미적 경험의 의미는 보다 확장되어야 할 것이다.
미적 경험은 일상적인 경험을 배제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경험을 예술의 관점으로 환기시키는 것이다. 흔히 접하는 일상적인 사물이라도 얼마든지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다 예술이 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사물이 예술이기 위한 조건들이 있기 때문이다. 넬슨 굿맨(N. Goodman)은 길 위에 돌이 있을 때는 그 돌이 예술작품이 될 수 없지만, 미술관에 있을 때는 예술작품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니까 중요한 것은 “언제 예술인가?(When is art?)” 라는 물음이다. 즉, “언제(When)”가 예술적 경험을 하기 위한 필연적인 조건이 되는 셈이다. 한편 조지 디키(G. Dickie)는 한 대상을 예술작품이게 하는 것은 사회제도 또는 예술계(Artworld)라고 말한다. 쉽게 말하자면, 어느 시대의 사회제도나 예술계에서 예술작품으로 인정하면 예술작품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본다면 일상의 범주에 속하는 것에서도 조건이 충족된다면 일상적인 경험과는 다른 미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예술작품을 지각할 때, 단지 눈에 보이는 것만을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 미적 경험은 보이는 것에서 더 들어가 보이지 않는 것을 예술적으로 체험하는 것이다. 그러기에 예술작품을 지각하고 경험한다는 것은 일상적인 현실의 모습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볼 수 있는 체험이다. 이번〈지각과 경험〉전은 일상적인 경험이 어떻게 예술적 경험이 될 수 있는지를 생각해보자는 의도에서 기획되었다. 전시에 참여한 네 명의 작가들(김윤아, 안정주, 이상윤, 정하응)의 작품은 일상과 예술이 교차되는 지점을 다양한 조형성으로 제시하면서 일상 속에서 지각되는 것들이 어떤 방식으로 미적으로 경험될 수 있는가를 보여주고 있다. 김윤아는 실과 줄을 이용하여 일상에서 지각되는 순간들을 재현하고, 이를 통해 지각하고 경험하는 문제를 소통이라는 관점에서 모색하고 있다. 안정주는 개인의 경험과 사회라는 구조의 관계를 다양한 매체를 활용하여 조형적으로 제시한다. 또한 이상윤은 일상과 예술의 경계가 어디에 있는지에 대한 물음을 나무로 제작된 일상적 도구들을 통해 던지고 있다. 정하응은 일상의 주변에서 묻어나는 삶의 소리를 활용하여 예술로 변용된 일상적인 지각과 경험의 세계를 선보이고 있다.
전시된 작품들을 보면서 관람자들은 예컨대, 예술과 일상의 미묘한 경계,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사이의 관계, 소멸되는 것과 생성되는 것의 공존, 친숙한 것과 낯선 것의 이중성 등과 같은 여러 생각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미적 경험은 일상적인 경험의 한계와 제약을 넘어 경험의 가능성을 극대화시킨다. 예술작품의 의미는 규정되는 있는 것이 아니라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자의 지각과 경험 속에서 비로소 드러난다. 이번〈지각과 경험〉전이 일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는 것에 함축된 지각의 의미를 읽어내고, 또한 이에 따라 이루어지는 예술적 경험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볼 수 있기를 기회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