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명: 2025 모란미술관 소장품전 <찬란하고 따사로운(Glittering and Embracing)>
전시기간: 2025. 3. 1.(토) ~ 4. 13.(일) (43일간)
전시장소: 모란미술관 실내전시장
장 르: 회화, 조각, 사진, 드로잉, 판화, 설치 등
참여작가: 강상중, 강애란, 권희연, 김길상, 김 석, 김찬일, 김 태, 노상균, 박희선, 신장식, 신지원, 윤동천, 이존수, 이세득, 장부남, 전혁림, 조문자, 조민, 주태석, 문 신, 최인수, 홍종명, 황유엽, 알베르토 구즈만, 무라카미 다카시, J.뭉후체젝, 에르덴바이야르 등
작품 수: 93점
전시내용:
찬란하고 따사로운
조은정(고려대학교 초빙교수)
처마 밑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리고, 길게 자란 고드름으로 칼싸움을 하던 아이들이 골목 가득한 시절에는 땅 위에 아지랑이가 올라오면 모두가 맘 설레었다. 봄이 왔다고. 이상난동(異常暖冬)이란 말이 기후위기(氣候危機)로 대체된 오늘날 우리에게 봄이란, 계절이란 무엇일까.
효과적인 난방의 시대에 봄볕이 주는 따듯함이야 예전의 그것과는 다를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을 기다리고 즐기고 찬미하게 되는 것은 달라진 햇볕의 따사로움, 어깨를 움츠리게 하던 바람이 어느덧 따사로운 손을 벋쳐 볼을 스치고 지나는 마술을 실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발밑에서 소생하는 작은 풀들의 싱그러운 푸르름은 세상의 오묘한 이치에 눈을 뜨는 것과 같은 기쁨을 누리게 한다. 눈부신 햇빛, 따사로운 햇볕, 살랑이는 바람에 이어 만개하는 꽃들은 생의 의미를 유추하게 하고 찬탄하게 한다. 봄은 그렇게 어느 날 문득 다가와 외투를 벗게 하고 아스팔트를 지나 잔디밭에, 풀들이 솟아난 들판에 걸음을 옮기게 한다.
봄이 아름다운 이유야 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죽은 듯이 보이던 나뭇가지가 새순을 틔워 연두색 잎을 늘려가고, 검은 나무에서 갑작스레 희고 분홍빛 꽃이 만개하여 눈이 부신 세상을 만들 때 우리는 경이로움에 말을 잃는다.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그 온도와 바람이 아닌 것을 눈으로도 확인시켜주는 만물이(萬物)이 소생(蘇生)하는 시간임을 눈앞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보여준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백년 전이나 십년 전처럼 봄이 다시 왔다는 것, 얼마나 벅찬 일인가.
인생의 찬란함과 따듯하게 하는 것들에 대한 은유를 주제로 하여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하였다. 찬란한 만개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혹독한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야 한다. 겨울과 봄의 경계, 시련과 극복의 경계에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다시 꽃피거나 생명력을 갖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 결실의 시작을 보는 순간을 일러 ‘움트는 시간’으로 지칭한다. 2부는 ‘꽃피다’이다. 정말 새순이 돋은 나무에서 꽃이 피고, 잎이 올라온 화초에서 꽃이 피고 그리고 정말 열심히 노력한 우리 삶의 여정에서 꽃이 피는 때가 있다. 만개한 시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였지만 그 순간을 위한 노력에 대한 찬탄을 아끼지 말 일이다. 3부는 ‘맴도는 것들’이다. 계절의 순환성, 관계의 순환과 선한 일에 대한 보답과 같은 것들은 세상을 움직이는 원칙과도 같다. 인간에게 반추하는 추억이 없다면 일상도, 관계도,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식사 자리의 즐거움도 없을 것이다. 우리 주변을 맴도는 사람, 사물, 일, 관계와 같은 맴도는 것들은 오늘을 따듯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찬란한 것은 햇빛만이 아님을 진땀을 흘려내며 꽃을 피운 매화 등걸에서 확인한다. 따사로운 것이 햇볕만은 아닌 것임을 손을 맞잡고 나들이에 나선 이들의 모습에서 확인한다. 인생의 사계에서 봄날은 짧지만, 계절이야 어떻게 되든 우리 모두의 시간에는 찬란하고 따사로운 시간, 경험, 사람, 꿈, 사랑, 예술 같은 것들이 있었고,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 한 우리에게는 언제나 봄날일 것임을, 찬란하게 꽃은 피고 따사로운 바람과 눈길과 언어가 우리 주위를 맴돌 것임을 안다.
전시명: 2025 모란미술관 소장품전 <찬란하고 따사로운(Glittering and Embracing)>
전시기간: 2025. 3. 1.(토) ~ 4. 13.(일) (43일간)
전시장소: 모란미술관 실내전시장
장 르: 회화, 조각, 사진, 드로잉, 판화, 설치 등
참여작가: 강상중, 강애란, 권희연, 김길상, 김 석, 김찬일, 김 태, 노상균, 박희선, 신장식, 신지원, 윤동천, 이존수, 이세득, 장부남, 전혁림, 조문자, 조민, 주태석, 문 신, 최인수, 홍종명, 황유엽, 알베르토 구즈만, 무라카미 다카시, J.뭉후체젝, 에르덴바이야르 등
작품 수: 93점
전시내용:
찬란하고 따사로운
조은정(고려대학교 초빙교수)
처마 밑에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리고, 길게 자란 고드름으로 칼싸움을 하던 아이들이 골목 가득한 시절에는 땅 위에 아지랑이가 올라오면 모두가 맘 설레었다. 봄이 왔다고. 이상난동(異常暖冬)이란 말이 기후위기(氣候危機)로 대체된 오늘날 우리에게 봄이란, 계절이란 무엇일까.
효과적인 난방의 시대에 봄볕이 주는 따듯함이야 예전의 그것과는 다를 터. 그럼에도 불구하고 봄을 기다리고 즐기고 찬미하게 되는 것은 달라진 햇볕의 따사로움, 어깨를 움츠리게 하던 바람이 어느덧 따사로운 손을 벋쳐 볼을 스치고 지나는 마술을 실현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발밑에서 소생하는 작은 풀들의 싱그러운 푸르름은 세상의 오묘한 이치에 눈을 뜨는 것과 같은 기쁨을 누리게 한다. 눈부신 햇빛, 따사로운 햇볕, 살랑이는 바람에 이어 만개하는 꽃들은 생의 의미를 유추하게 하고 찬탄하게 한다. 봄은 그렇게 어느 날 문득 다가와 외투를 벗게 하고 아스팔트를 지나 잔디밭에, 풀들이 솟아난 들판에 걸음을 옮기게 한다.
봄이 아름다운 이유야 셀 수도 없이 많을 것이다. 하지만 죽은 듯이 보이던 나뭇가지가 새순을 틔워 연두색 잎을 늘려가고, 검은 나무에서 갑작스레 희고 분홍빛 꽃이 만개하여 눈이 부신 세상을 만들 때 우리는 경이로움에 말을 잃는다. 자고 일어나면 전날의 그 온도와 바람이 아닌 것을 눈으로도 확인시켜주는 만물이(萬物)이 소생(蘇生)하는 시간임을 눈앞의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은 보여준다. 모든 것이 불확실한 시대에 백년 전이나 십년 전처럼 봄이 다시 왔다는 것, 얼마나 벅찬 일인가.
인생의 찬란함과 따듯하게 하는 것들에 대한 은유를 주제로 하여 전시는 크게 3부로 구성하였다. 찬란한 만개의 시간을 갖기 위해서는 혹독한 겨울의 추위를 이겨내야 한다. 겨울과 봄의 경계, 시련과 극복의 경계에서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은 다시 꽃피거나 생명력을 갖기 위한 노력을 한다. 그 결실의 시작을 보는 순간을 일러 ‘움트는 시간’으로 지칭한다. 2부는 ‘꽃피다’이다. 정말 새순이 돋은 나무에서 꽃이 피고, 잎이 올라온 화초에서 꽃이 피고 그리고 정말 열심히 노력한 우리 삶의 여정에서 꽃이 피는 때가 있다. 만개한 시간,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라 하였지만 그 순간을 위한 노력에 대한 찬탄을 아끼지 말 일이다. 3부는 ‘맴도는 것들’이다. 계절의 순환성, 관계의 순환과 선한 일에 대한 보답과 같은 것들은 세상을 움직이는 원칙과도 같다. 인간에게 반추하는 추억이 없다면 일상도, 관계도, 가족과 함께하는 저녁식사 자리의 즐거움도 없을 것이다. 우리 주변을 맴도는 사람, 사물, 일, 관계와 같은 맴도는 것들은 오늘을 따듯하게 만드는 것들이다.
찬란한 것은 햇빛만이 아님을 진땀을 흘려내며 꽃을 피운 매화 등걸에서 확인한다. 따사로운 것이 햇볕만은 아닌 것임을 손을 맞잡고 나들이에 나선 이들의 모습에서 확인한다. 인생의 사계에서 봄날은 짧지만, 계절이야 어떻게 되든 우리 모두의 시간에는 찬란하고 따사로운 시간, 경험, 사람, 꿈, 사랑, 예술 같은 것들이 있었고, 있을 것이다. 그 사실을 잊지 않는 한 우리에게는 언제나 봄날일 것임을, 찬란하게 꽃은 피고 따사로운 바람과 눈길과 언어가 우리 주위를 맴돌 것임을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