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명: 경기도 제2청사 신축이전 기념전 금빛날개-경기 북부의 회화와 조각
전시기간: 2002.08.12 - 2002.10.31
전시장소: 모란미술관
참여작가: 김명수, 박영율, 송대섭, 신장식, 이석주, 이진우, 정차석, 정창균, 조명식, 주태석, 최문수, 최상철, 하종순, 강춘모, 권창남, 권치규, 김경민, 김병철, 김세일, 김승환, 박이창식, 송 필, 안수진, 양화선, 오세문, 이문영, 이민수, 이연숙, 이영진, 이정주, 임승오, 전상욱, 조인구, 최 일, 호해란, 황상태, 김유철, 노승복, 이동용, 박민숙, 정현숙, 김도연, 김우정, 송민혜, 이정녀, 오흥산, 홍효숙, 최재현, 최진희
전시내용:
유라시아로 향한 문화의 비상을 꿈꾸며
최태만 | 미술평론가
경기도가 제2청사의 신축이전을 기념하여 경기 북부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관내에 소재한 모란미술관에 기획을 위임한 '황금날개'는 그 제목부터 문학적, 역사적 은유를 함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경기도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1년 현재 경기북부의 인구는 이백 사십 사만 여명으로 경기도 전체인구의 약 25%를 상회하고 있으나, 면적은 남부지역보다 오히려 넓다. 북으로 휴전선, 동으로 강원도와 접하고 있는 경기 북부지역은 전곡리구석기유적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백제, 고구려, 신라가 각축하던 장소이자 후삼국시대에 궁예의 영향권에 속했던 이 지역은 고려가 개경을 도읍으로 정하면서 역사의 중심무대로 주목받았다.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함경도 출신이었지만 경기북부지역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닌 역사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방원의 두 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을 겪은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소요산 일대에서 회한을 달랬으며 현재 제2청사가 있는 의정부시 또한 고려의 정부조직을 철폐하고 제정한 조선시대 행정부의 최고기관에서 그 이름을 따온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최근 활발한 발굴사업을 진행중인 양주군 천보산 남쪽 기슭의 회암사는 숭유억불정책을 폈던 태조 이성계의 지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한때 그의 은신처이기도 했으며, 왕실 원찰로서 문정왕후에 이르기까지 번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골육상잔의 비극 속에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던 태조는 또한 구리에 있는 동구릉의 건원릉에 묻히니 금곡에 있는 홍유릉과 함께 경기북부 지역은 오백 년에 이르는 영욕의 역사를 학습할 수 있는 교육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실(史實)은 이 전시가 지향하는 방향과 무관하지 않으나 그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없다. 금강산행 철도의 출발지가 의정부시로 정해진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경기북부지역은 통일 이후 동북아로 뻗어나가는 거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지역은 장차 만주와 시베리아를 거쳐 유라시아를 하나로 연결하는 새로운 통로이자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황금날개'란 이러한 원대한 청사진에 대한 문학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연구성과를 보면 실크로드가 중국의 장안에서 출발하여 로마에 이르는 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신라의 경주를 거쳐 일본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길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경주의 괘릉에 있는 무인석이나 감은사 탑에서 출토된 사리함에 새겨진 사천왕상, 그리고 처용설화 등은 경주가 당(唐)의 장안 못지 않은 국제도시로서 세계문화의 집결지 중 하나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고려시대의 벽란도 역시 아라비아 상인들이 빈번하게 드나들던 무역항이었으나 이들이 주로 해로를 이용했던 만큼 경기지역이 육로와 해로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반도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까닭에 대륙과 해양으로 진출하기 위한 거점이었던 경기북부지역은 분단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개발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통일을 대비하여 경기북부지역의 중요성이 부각하면서 이 지역을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문화발전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 아래 각 지방자치단체가 문화페스티발을 추진하는가 하면 파주에 민간차원의 출판단지를 조성하는 등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황금날개'는 역사적, 지리적 조건을 확산시켜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가지고 역사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터전을 닦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이때, 황금은 엘도라도에 대한 환상을 좇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정당성에 대한 자신감의 회복을 의미하며 날개는 경기북부지역이 지닌 역사를 조감하고 그것의 연속으로서 유라시아를 잇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 의도를 담고 있다. 결국 황금날개는 단순한 추억이나 회고에 머무는 것을 거부하고 세계문화의 교차로로 성장할 경기북부지역의 가능성에 헌정하는 언어인 것이다. 그것을 상상력의 힘을 빌어 표현하는 것이 작가에게 주어진 몫이라면 이 작가들의 창의성이 낳은 산물이 주민들 속으로 파급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원해야 할 몫은 경기도가 담당하여야 할 것이다. '문화청사'를 표방한 제2청사의 신축이전이 황금날개를 펼치는 시도가 되기를 기대한다.
전시명: 경기도 제2청사 신축이전 기념전 금빛날개-경기 북부의 회화와 조각
전시기간: 2002.08.12 - 2002.10.31
전시장소: 모란미술관
참여작가: 김명수, 박영율, 송대섭, 신장식, 이석주, 이진우, 정차석, 정창균, 조명식, 주태석, 최문수, 최상철, 하종순, 강춘모, 권창남, 권치규, 김경민, 김병철, 김세일, 김승환, 박이창식, 송 필, 안수진, 양화선, 오세문, 이문영, 이민수, 이연숙, 이영진, 이정주, 임승오, 전상욱, 조인구, 최 일, 호해란, 황상태, 김유철, 노승복, 이동용, 박민숙, 정현숙, 김도연, 김우정, 송민혜, 이정녀, 오흥산, 홍효숙, 최재현, 최진희
전시내용:
유라시아로 향한 문화의 비상을 꿈꾸며
최태만 | 미술평론가
경기도가 제2청사의 신축이전을 기념하여 경기 북부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을 중심으로 관내에 소재한 모란미술관에 기획을 위임한 '황금날개'는 그 제목부터 문학적, 역사적 은유를 함축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먼저 경기도가 발표한 통계자료에 따르면 2001년 현재 경기북부의 인구는 이백 사십 사만 여명으로 경기도 전체인구의 약 25%를 상회하고 있으나, 면적은 남부지역보다 오히려 넓다. 북으로 휴전선, 동으로 강원도와 접하고 있는 경기 북부지역은 전곡리구석기유적에서 볼 수 있듯이 한국사에서 중요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백제, 고구려, 신라가 각축하던 장소이자 후삼국시대에 궁예의 영향권에 속했던 이 지역은 고려가 개경을 도읍으로 정하면서 역사의 중심무대로 주목받았다. 고려를 무너뜨리고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는 함경도 출신이었지만 경기북부지역과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닌 역사적 인물이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이방원의 두 차례에 걸친 왕자의 난을 겪은 그가 고향으로 돌아가기 전 소요산 일대에서 회한을 달랬으며 현재 제2청사가 있는 의정부시 또한 고려의 정부조직을 철폐하고 제정한 조선시대 행정부의 최고기관에서 그 이름을 따온 것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최근 활발한 발굴사업을 진행중인 양주군 천보산 남쪽 기슭의 회암사는 숭유억불정책을 폈던 태조 이성계의 지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한때 그의 은신처이기도 했으며, 왕실 원찰로서 문정왕후에 이르기까지 번성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골육상잔의 비극 속에 쓸쓸한 최후를 맞이했던 태조는 또한 구리에 있는 동구릉의 건원릉에 묻히니 금곡에 있는 홍유릉과 함께 경기북부 지역은 오백 년에 이르는 영욕의 역사를 학습할 수 있는 교육의 장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사실(史實)은 이 전시가 지향하는 방향과 무관하지 않으나 그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없다. 금강산행 철도의 출발지가 의정부시로 정해진 것에서 볼 수 있듯이 경기북부지역은 통일 이후 동북아로 뻗어나가는 거점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런 점에서 이 지역은 장차 만주와 시베리아를 거쳐 유라시아를 하나로 연결하는 새로운 통로이자 문화의 중심지로 부상할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 것이다.
'황금날개'란 이러한 원대한 청사진에 대한 문학적 상상력이 만들어낸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최근 연구성과를 보면 실크로드가 중국의 장안에서 출발하여 로마에 이르는 길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통일신라의 경주를 거쳐 일본으로 이어지는 또 하나의 길이 존재했음을 알 수 있다. 경주의 괘릉에 있는 무인석이나 감은사 탑에서 출토된 사리함에 새겨진 사천왕상, 그리고 처용설화 등은 경주가 당(唐)의 장안 못지 않은 국제도시로서 세계문화의 집결지 중 하나였음을 증명하고 있다. 고려시대의 벽란도 역시 아라비아 상인들이 빈번하게 드나들던 무역항이었으나 이들이 주로 해로를 이용했던 만큼 경기지역이 육로와 해로를 연결하는 교통의 요충지 역할을 담당했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한반도의 중심부에 위치하고 있는 까닭에 대륙과 해양으로 진출하기 위한 거점이었던 경기북부지역은 분단 이후 여러 가지 이유로 개발로부터 소외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통일을 대비하여 경기북부지역의 중요성이 부각하면서 이 지역을 정치·경제적인 측면에서뿐만 아니라 문화발전의 거점으로 육성한다는 계획 아래 각 지방자치단체가 문화페스티발을 추진하는가 하면 파주에 민간차원의 출판단지를 조성하는 등 지역문화 활성화를 위한 인프라 구축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은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황금날개'는 역사적, 지리적 조건을 확산시켜 이 지역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들에게 문화적 자긍심을 가지고 역사와 미래에 대한 비전을 제시할 수 있도록 터전을 닦는 프로젝트라고 할 수 있다. 이때, 황금은 엘도라도에 대한 환상을 좇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정당성에 대한 자신감의 회복을 의미하며 날개는 경기북부지역이 지닌 역사를 조감하고 그것의 연속으로서 유라시아를 잇는 길을 모색하고자 한 의도를 담고 있다. 결국 황금날개는 단순한 추억이나 회고에 머무는 것을 거부하고 세계문화의 교차로로 성장할 경기북부지역의 가능성에 헌정하는 언어인 것이다. 그것을 상상력의 힘을 빌어 표현하는 것이 작가에게 주어진 몫이라면 이 작가들의 창의성이 낳은 산물이 주민들 속으로 파급될 수 있도록 인프라를 구축하고 지원해야 할 몫은 경기도가 담당하여야 할 것이다. '문화청사'를 표방한 제2청사의 신축이전이 황금날개를 펼치는 시도가 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