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Becoming a Place 최인수 2018. 4. 28 – 6. 17

 

 

조각을 묻다, 장소가 되다

 

최인수는 조각의 길을 걸으면서 예술의 존재방식을 부단히 사유하고, 그 사유의 매듭을 조형적으로 모색해 온 조각가이다.

그는 조각의 근원을 시각이 아니라 촉각에서 찾는다. 시각에서 촉각으로의 전회(轉回)는 흙덩어리와 흙굴리기 작업에서 자연스럽게 감지된다.

촉각의 미학은 놀이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흙덩어리는 단지 형태를 위한 질료가 아니라 놀이로서 현존하는 예술적 응축물이다.

놀이로서의 조각은 현상과 본질의 이분법을 넘어 지향적 대상으로 현존한다. 최인수의 조각은 규정적이지 않고 반성적이다.

그의 조각은 논리적 인식이나 단순히 사적 감각으로 환원되지 않는다.

 

이번 전시에서 특히 우리의 주목을 끄는 것은 나무 조각이다.

나무 조각에는 자연의 재료를 조형적으로 지배하지 않으려는 최인수의 예술관이 여실히 반영되어 있다.

어쩌면 그는 나무 작업을 한 것이 아니라 나무와 공감하면서 히에로파니(hierophany)적 체험을 하지 않았을까.

또한 조각과 함께 전시된 드로잉들은 저마다의 고유한 조형적 음색을 갖고 있기에 자유로운 예술적 상상력을 촉발하고 있다.

 

조각을 묻는 그곳에서, 조각의 장소가 현시된다. 조각의 장소는 물리적인 장소로 포착될 수도 없고, 관념적인 장소로 개념화될 수도 없다.

흙덩어리를 굴리고, 놀이를 하고, 주체와 객체가 상호적으로 관계하고, 인위적 규정성이 아니라 반성적 사유가 촉발되고,

조각과 자연이 만나 공감을 이루고, 조형적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 이 아름다운 조각의 장소는 인간과 삶에 대한 예술적 감응(感應)의 장소가 된다.

 

임성훈(미학, Ph. 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