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 Description

아름다움을 소통하다

임성훈(미술비평, 미학 Ph. D.)

아름다움!!! 아름다움은 예술의 영원한 주제이다. 그런데 도대체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 아름다움은 현상인가 아니면 본질인가? 어떤 것을 아름답다고 말하지만, 그렇게 말할 수 있는 근거는 무엇인가? 아름다움이란 대상에 있는가 아니면 우리의 마음에 있는가? 실상 이러한 물음들은 상당히 어려운 미학적 문제에 해당한다.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은 현상적인 아름다움이 아니라 본질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러니까 미의 본질이란 눈에 보이는 현실에서 발견되는 것이 아니라 참된 형상으로 존재하는 세계, 곧 이데아(idea)에서만 파악될 수 있는 것이다. 플라톤과는 달리,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데아의 미를 부정한다. 그는 이 현실에서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아름다움이 무엇이고, 또한 그러한 경험에서 비롯되는 효과가 어떤 것인지를 묻는다. 예술작품의 감상과 관련된 많은 문제들은 이러한 근본적인 물음들과 맞닿아 있다. 가장 일반적으로 말하자면, 우리는 작품의 외형적인 측면만이 아니라 동시에 그 작품에서 촉발되는 내면적인 측면을 생각하면서 작품을 바라본다. 보이는 아름다움만이 전부는 아니다. 가시적(可視的)인 미는 비가시적(非可視的)인 미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를 맺기 때문이다. 이렇듯 예술의 아름다움은 이중적으로 작동한다.

이번 <아름다움을 소통하다>展은 예술이 열어가는 아름다움을 다층적으로 경험하고, 이에 따른 소통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데 초점을 둔 특별기획전이다. 우리 모두는 아름다움을 추구한다. 그런데 실상 그 아름다움을 구체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기회란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다. 아름다움은 추상명사나 일반명사로 이해될 수 없다. 무엇보다 아름다움은 우리의 몸으로 체험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이러한 차원의 아름다움을 포착한다. 하여, 예술은 우리를 아름다움의 세계로 인도하는 문화의 자극제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예술의 아름다움은 그 자체로 소통의 계기를 이룬다. 예술은 어떤 다른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아름다움의 스펙트럼과 과정을 보여준다. 당연한 말이지만, 여기서 아름다움은 좁은 의미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생각할 수 있는 가장 넓은 의미에서 파악되는 그러한 아름다움이다. 우리네 삶이 그렇듯이, 가장 이상적인 아름다움에서 가장 추한 아름다움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아름다움은 저마다의 고유한 방식으로 존재한다. 특히 현대미술은 이러한 아름다움의 스펙트럼을 현저히 드러내 보여준다.

현대미술은 개념적으로 파악되는 미술에서 직관적인 감응을 불러오는 미술에 이르기까지 아름다움의 다양성을 펼쳐 보여준다. 이번 <아름다움을 소통하다>展 또한 이러한 다양성과 그 소통의 가능성을 충분히 생각하면서 기획된 전시이다. 전시에 참여한 20명 작가들의 작업은 다채롭고도 흥미로운 회화성을 보여주면서 특별하고도 고유한 조형언어를 자유롭게 구사하고 있다. 그러기에 관객들은 전시된 작품 전체를 아우르는 하나의 주제를 특정하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품 전체를 크게 세 가지 관점, 즉 “교감”, “변용” 그리고 “일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관점을 취하느냐에 따라 작품이 드러내는 아름다움은 달라질 것이고, 그에 따른 해석이나 소통의 방식도 상이해질 것이다. 물론 전시장에서 이러한 관점을 굳이 의식할 필요는 없다. 당연한 말이지만, 결국 감상은 원래 관객의 몫이기 때문이다.

예술은 인간과 자연 사이에서 이루어지는 “교감”을 표현한다. 자연은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며 상상력의 공간이다. 흔히 멋진 자연의 풍경을 보고 감탄하면서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답다”라고 말한다. 이 말은 ‘예술이 인간과 자연을 매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실상 전시장을 둘러보면서 이러한 교감을 즉각적으로 떠올리게 하는 작품을 그리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관객은 자연에 대한 즉물적 표현에서 서정적인 분위기를 드러내는 표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회화적 교감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자연의 아름다움이 회화적으로 어떻게 “변용”될 수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미묘하면서도 섬세하게 떨리는 자연의 변화, 그 순간을 포착하고 조형적 절제로 구현한 아름다움의 형식을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교감과 변용이 상호 작용하면서 무어라 말할 수 없는 미적 분위기가 창출된다. 이러한 미적 교감과 변용을 떠올리게 하는 작품들은 일상의 풍경을 재현하고 있는 작품들과 조형적 긴장을 이루면서 조화를 보여준다. 그러기에 관객은 자연스럽게 예술이 보여주는 일상과 그 흔적을 다시 돌아보게 된다. 익숙했던 일상이 예술을 통해 문화의 풍경을 이룬다. 교감, 변용 그리고 일상의 풍경이 상호 중첩되는 전시장은 결국 예술로 소통되는 삶의 양식(form of life)를 반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