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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란미술관은 서울과 떨어져 있는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1996년 서울 인사동에 모란미술관 부설 모란갤러리를 개관하면서 그 첫 전시로 ‘오늘의 한국조각; 한국 현대조각의 조형성’을 개최하였다. 1996년 이후 매년 개최해 오고 있는 이 전시는 현대 한국조각사를 정리한다는 차원에서 매우 중요한 것임에 분명하다. 첫 전시에는 김찬식, 최의순, 최만린, 엄태정, 박석원, 신옥주, 김유선, 류인, 박희선, 원인종이 참가하였는데 필자가 큐레이터로 근무하던 당시 의식적으로 배제했던 추상조각을 수용하고 한국조각의 역사를 새롭게 조명하겠다는 의지가 담긴 전시란 점에서 필자는 향후 지속될 전시의 향방을 예견케 만드는 전시로 평가하고 싶다.

이 전시 이후 모란미술관은 매회 커미셔너를 위촉하여 그들의 비평적 시각이 담긴 전시를 보여줌으로써 미술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를테면 두 번째 ‘오늘의 한국조각-사유의 깊이’는 김용대를 커미셔너로 위촉하여 만든 전시로서 박종배, 엄태정, 박석원, 최인수, 안규철, 이수홍 등이 참가했다. 1998년과 1999년에 커미셔너를 맡은 김정희에 의해 각각 기획된 ‘오늘의 한국조각98-물질의 흔적’, ‘오늘의 한국조각99-선(線)’은 조각의 조형요소를 전시의 제목이자 주제로 설정하여 먼저 ‘물질의 흔적’에는 심문섭, 최인수, 이기칠, 김주현의 작품을 전시하고 이듬해 ‘선’을 주제로 한 전시에 김세일, 정재철, 서정국, 신옥주, 홍승남의 작품을 전시함으로써 포괄적이고 애매한 것이 아닌 구체적이면서 직접적인 주제를 부각시키려고 했던 점이 돋보이는 전시로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다만 앞의 두 전시가 대체로 조각에 있어서 형식적 특징에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한다면 모란갤러리를 잠정적으로 폐쇄하고 다시 전시 역량을 마석의 모란미술관으로 결집시킨 후 기획한 ‘오늘의 한국조각2000;새로운 차원을 찾아서’는 조각의 다원성을 수용하려는 의도를 드러낸다. 서로 성향과 방법을 달리하는 이용덕, 김수자, 최재은, 박상숙, 문주, 정현 등이 참가한 이 전시는 그동안 연례적으로 기획, 개최하였던 ‘오늘의 한국조각’이 대체로 당대조각(contemporary sculpture)에 주목하였던 전례보다 더 최근의(up-to-date) 경향에 초점을 맞춘 것인데 이 전시를 끝으로 ‘오늘의 한국조각’은 근현대 한국조각사의 재조명이란 방향으로 선회하여 개인전과 단체전을 병행하며 개최하고 있다. 그 첫번째 전시가 2001년의 ‘4인의 시각전’으로서 해방 이후 조각을 배운 이른바 한글 제1세대에 해당하는 김정숙, 윤영자, 백문기, 김세중을 초대하였다. 이 전시를 위해 이미 작고한 김정숙, 김세중 두 조각가의 유족들이 한국 현대조각사 연구의 중요 참고자료를 내놓았기 때문에 자료전으로서도 의미가 큰 전시로 기록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 전시는 국립현대미술관이 기획했던 ‘근대를 보는 눈: 조소’ 이후 우리나라 현대조각을 본격적으로 재조명하고자 것으로서 모란미술관의 정체성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는 계기를 제공했다. 현대조각의 미술사적 조명과 평가란 취지에 따라 2002년, 2003년에 각각 최의순, 송영수의 개인전과 유작전을 개최한 바 있는 모란미술관은 2004년에 〈한국조각의 오늘; 조형탐구의 방법론〉이란 제목 아래 강태성과 최병상을 초대하였다.

이상에서 볼 때 ‘오늘의 한국조각’ 시리즈는 김정숙, 김세중과 같은 작고작가로부터 김주현에 이르기까지 세대와 경향을 달리하는 작가들을 재평가하는 기회를 가짐으로써 한국현대조각사 서술의 기틀을 세우는 전시로 자리매김하였던 것이다.

그 밖의 국제교류사업으로 1992년에 개최한 〈모란국제조각심포지움〉을 비롯하여 1998년 미술관 새단장 기념으로 개최한 〈파푸아뉴기니 부족전〉, 유럽과 한국의 조각가들이 원(圓)을 주제로 참가했던 〈원을 넘어서〉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본격적인 국제기획전으로 남양주시가 주최하고 모란미술관이 주관한 ‘몽골현대미술: 유목민의 서사시’(2002년 10월 12일~11월 10일)를 빼놓을 수 없다. 몽골과 수교한 후 간헐적으로 몽골미술이 국내에 소개된 적은 있으나, 이 전시처럼 체계적이면서 대규모로 전시를 가진 경우는 없었기 때문에 이 전시를 통해 몽골현대미술의 흐름과 면모를 파악할 수 있었다.

몽골현대미술전을 위해 남양주시와 모란미술관은 큐레이터를 몽골에 파견하여 몽골 현대미술 관련 자료 및 정보를 수집하고 작가를 직접 만나 전시 교섭업무를 진행하도록 함으로써 몽골 현대미술의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파악할 수 전시를 구성할 수 있었다. 최근에는 외부의 미술평론가에게 전시기획을 위임하여 현대 불교미술의 가능성을 모색한 ‘니르바나, 생과 사의 경계에서’전을 개최하기도 한 모란미술관이 그동안 열었던 그 밖의 기획전으로서 지역미술 활성화를 위해 개최한 ‘춘천지역작가초대전’(1990), 충북작가를 초대한 ‘ASPECT’(1994), ‘강원현대작가회전’(1994), ‘물고을작가초대전’(1996), 모란미술관 기획하고 의정부에 있는 경기도 제2청사에서 열린 ‘경기 북부의 회화와 조각; 금빛날개’(2002) 등이 있다. 한편 모란미술관이 개최한 개인전 중에서 대표적인 것을 몇 개 선별해 보면 ‘박희선’(1994), ‘전준’(1996), ‘정현’․‘이용덕’․‘최태훈’(2000) 등을 들 수 있을 것인데 그중 박희선은 1997년 타계하였기 때문에 이듬해 우성김종영기념사업회 주최로 인사동 모란갤러리에서 유작전을 가겼으며, 2004년에는 개관 초기부터 미술관과 관계를 가져온 류인의 5주기를 맞이하는 추모전시 역시 모란갤러리에서 열렸다 .

최태만/미술평론가․국민대학교 교수